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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 <튜즈데이> 스틸
ⓒ ㈜팝엔터테인먼트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0대 소녀 '튜즈데이'는 다른 또래가 누리는 바다이야기고래 학교 생활 대신에 종일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다. 낮에 들르는 간호사 외엔 말벗도 없다. 불치병으로 오랜 투병에 지친 그녀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옴을 예감하는 중이다. 홀로 그런 딸을 키워온 엄마 '조라'는 튜즈데이의 삶이 길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다가올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일 리 없다. 모녀의 삶은 겉으론 이골이 나 오히려 평화롭지 릴게임야마토 만, 실제론 진실을 부정하는 은폐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권태롭기만 한 어느 날, 튜즈데이 앞에 앵무새가 날아든다. 화들짝 놀라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앵무새는 자신이 '죽음'이라 주장하며 인간을 비롯해 세상 모든 생명이 삶의 끝에 처할 때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라 주장한다. 들어보니 헛말이 아니다. 튜즈데이는 릴게임예시 담담하게 예상했던 종말을 받아들이지만,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다. 그녀가 마음에 든 죽음은 이를 수락하지만, 귀가한 조라의 강력한 반발은 그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초래한다. 과연 이 난장판을 수습할 수 있을까?
인간의 원초적 고민과 가족 드라마를 잇다
기록으로 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는 고대 수메르에서 왔다 오징어릴게임 . 바로 <길가메시 서사시>다. 길가메시는 반인반신의 위대한 영웅으로 수없이 많은 무용담의 주인공임에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영생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온갖 고난 끝에 목적을 이루기 직전에 도달하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불멸의 꿈은 무너지고 만다. 인류 최초의 신화는 그렇게 태초부터 인간이란 존재가 극복할 수 없는, 하지만 한편으론 바다신릴게임 고단한 삶의 최후 안식처가 되기도 하는 죽음에 관해 고심해 왔다는 걸 증명한다. 삶과 죽음의 역학 관계를 둘러싼 질문은 여전히 궁극의 실존적 고뇌로 남아 있다.
'A24 X BBC FILM' 조합이라는 검증된 작업으로 탄생한 <튜즈데이>는 기발하고 유쾌하지만, 경박한 태도나 희화화와는 거리가 멀다. 인류가 품었던 원초적이자 최종적일 질문에 관해 절대로 가벼이 대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어찌 본다면 이미 수많은 철학자와 종교가 도전했건만, 여전히 풀지 못한 난제에 익숙한 관객을 위해 신세대 감성을 듬뿍 끼얹어 환골탈태를 시도한다. 해묵은 숙제를 방식을 전환해 생명력을 부여하는 노력이다. 시대와 공명하는 가족 드라마가 그렇게 탄생한다.
▲ <튜즈데이> 스틸
ⓒ ㈜팝엔터테인먼트
모녀로 이뤄진 작은 가족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겉으로 봐선 오랜 투병을 잘 견디는 대견한 딸과 자식을 돌보기 위해 분전하는 엄마이지만, 실제 그들의 속내는 퍽 다름이 이야기가 진전되며 관객 앞에 드러난다. 딸은 자신 탓에 엄마의 삶이 저당 잡힌 현실을 자각하고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며칠 후도 기약할 수 없는 삶에 힘겹기만 하다. 엄마는 겉으론 씩씩하게 일과 돌봄을 척척 동시에 해내는 능력 있는 현대 여성 같지만, 직장도 잃고 가정 형편도 말이 아닌 걸 애써 들키지 않으려 악전고투를 거듭할 따름이다. 그런 부조화가 어느새 거대한 틈을 형성하고 있었다.
죽음이 그들 앞에 깃들 때, 이미 겉으론 텔레비전 미담 주인공 전형 같던 모녀의 일상은 더는 지속할 수 없는 상태다. 딸은 자신에게 찾아온 운명을 예감했다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저 자신 때문에 오랜 세월 고생한 엄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플 따름이다. 죽음은 그런 소녀의 태도가 낯선 동시에 흥미롭다. 그가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과 비인간 동물 막론하고 들어온 공포와 흐느낌 대신에 자신의 존재를 숙명이자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드문 존재와 참으로 오랜만에 대면한 것이다. 작은 소원 하나쯤 들어줄 아량도 생길 법하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가족의 여정
▲ <튜즈데이> 스틸
ⓒ ㈜팝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엄마는 딸처럼 순응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감히 죽음에 대항한다. 길가메시, 진나라 시황제, 이집트 파라오, 중세 연금술사들이 감행한 것처럼. 부질없는 일인데도 포기할 수 없는 영생을 향한 집착이 형상화한다. 물론 그건 본인을 위함도, 영원불멸을 꾀하는 것도 아닌 덕에 <튜즈데이>는 색다른 변주로 향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과 아직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녀는 새끼를 지키려는 엄마 곰처럼 초인적 힘을 발휘해 금단의 영역에 도전한다. 무모한 행동은 얼핏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와 생사의 인과를 거역하고 탈이 안날 리 없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가족은 그들이 저지른 일이 어떤 파괴적 결과를 불러왔는지 목격한다. '죽음의 중지'다. 조금 을씨년스럽긴 해도 좀 별난 가족 드라마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순식간에 호러를 가미한 블랙 코미디로 전환한다. 영원한 안식을 박탈 당한 존재들의 울음과 탄식이 온 세계에 가득하다.
엄마는 그 모든 소리를 감지해야 한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사방의 아우성만도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인데, 곧이어 죽음을 허락 받지 못한 존재들이 실체를 드러내자 공포 영화로 장르가 바뀔 판이다. 좀비 소, 하반신을 잃거나 몸 절반이 불에 타버린 사람들도 고통에 신음할 뿐, 죽고파도 죽을 수 없으니 평화롭던 세상은 졸지에 생지옥이 따로 없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들에게 안식을 허락할 죽음이 부재하니 달리 방도가 없다.
결자해지, 저지른 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엄마는 그 현실을 직시하고 도망치지 않는다. 죽음이 날개를 펄럭이며 그들에게 다가온 것처럼, 이제 엄마는 딸과 함께 밤의 여행에 나선다. 세상 곳곳을 다니며 죽어가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가간다. 마지막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들을 피안의 세계로 전송한다. 그 과정을 통해 단지 냉혹하고 무자비한 존재로만 여겼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떠난 이를 기억하며 슬픔 속에 사는 법
▲ <튜즈데이> 스틸
ⓒ ㈜팝엔터테인먼트
죽음이 감당해 왔던 숙명은 그의 방문을 받은 이들에겐 두려움에 불과했다. 죽음이라고 좋아서 타자의 최후를 목격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오랫동안 고통 가득한 삶을 견디며 종말을 기다리던 튜즈데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초연한 태도를 견지한다. 막막하게 하루를 견디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자로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의 대응은 죽음이 언젠가부터 잊어버린 대화의 희열을 되살리게 만든다. 애초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일 없고, 다들 자신을 피할 궁리만 하니 실제론 상상하기 힘든 공감 능력의 소유자인 죽음으로선 그가 전별하는 자들의 온갖 한과 슬픔을 쌓아만 온 것.
튜즈데이의 별난 태도는, 곧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통로로 기능한다. 피할 수 없건만 부질없는 헛수고만 거듭하다 보니 정작 죽음이 갖는 고유 기능과 역할에 관해선 까맣게 잊어버린 것. 죽음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건 단지 체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꾸리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답안 제출과 연결된다.
예정된 최후가 기다리고, 유한한 삶을 받아들일 때 최선을 다해 살아갈 의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영생불사가 기본 조건이 된다면 우리는 과연 축복이라 기뻐만 하게 될까? 일찍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세 번째 장, '라퓨타'를 떠나 영국으로 돌아가던 주인공 걸리버가 경유하던 나라 중 죽지 않는 자들이 존재하는 땅에서 겪은 체험처럼, 권태와 망각만 남은 영원한 삶은 그저 병마와 상실, 빈궁에 시달리는 현세의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주어진 운명에 절망하며 원망해도 어차피 수가 없다면, 지금을 충실히 살 수밖에 없다. 이제 죽음은 삶을 충만하게 가꾸는 동력이자 거울로 변환된다. 그런데 엄마의 입장은 또 다르다. 오래 살 수 없는 딸의 운명을 알면서도 지켜보는 것 말고 방도가 없는 운명은 그녀를 왜곡된 삶으로 이끈다. 애써 멀쩡한 척, 굳센 티 내보지만, 실은 이미 현실을 인정한 딸과의 작별을 견딜 수 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그래서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가산을 팔아가며 딸과 종일 보내길 두려워한 나머지 굳이 간호사를 고용한 것. 고통 받는 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의무를 다한다는 허위의식과 딸을 막상 대면하기가 겁나는 속내가 그녀의 삶을 공허하게 몰아갔다. 후반에 튜즈데이가 목격하는, 소녀의 추억이 깃들었던 2층이 휑하게 텅빈 풍경은 곧 엄마의 마음 속 상태를 시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뻔하지도, 신파에 그치지도 않는 교훈극
우여곡절 끝에 모녀는 오랫동안 단절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물론 거저가 아니다.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가능한 결과다. 그 순탄하지 않은 과정은 곧 인류가 최초로 죽음을 목격하던 때부터 아득히 이어지는 숙제로 통한다. 엄마의 좌충우돌 분투기는 바로 인류의 끝나지 않는 질문을 향한 현대판 길가메시의 그것인 셈.
이 영화가 선보인 가장 매력적인 존재는 역시 '죽음'이란 이름의 마코 앵무새일 테다. 우리가 앵무새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추억의 모험소설 <보물섬> 속 역대급 캐릭터 외다리 실버의 반려조 '플린트 선장'이 속한 종이다. 죽어가는 자들의 한과 원념을 뒤집어쓴 양 시커먼 외양과 함께 수각류 공룡의 후예인 게 납득가는 특유의 시선을 가진, 의외로 대형 조류에 속하는 외형은 죽음이란 존재를 향한 두려움과 잘 어울린다.
게다가 흉내 내는 말은 능숙하지만, 오랜 고독 탓에 스스로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죽음의 딜레마 역시 마음의 진솔한 소리 대신에 주변에 휩쓸리고 비교되며 '불행 박람회'에 참여하듯 자신의 처지만 내세우는 세태 풍자와 자연스레 이어진다. 가족 드라마와 판타지를 오가는 영화 속에서 무리하지 않되 대충 겉치레에 그치지만 않는 초현실적 이미지의 정점에는 이 매력 넘치는 죽음이 든든히 서 있다.
왜 하필 앵무새일까? 요즘 해외 토픽에 곧잘 등장하는 런던 도심에 외래종으로 정착해 '닭둘기' 취급당하는 이유일 테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부당하게 박해 받고 내쫓기며 경원시한다. 그런 존재를 익살스럽지만, 진중할 땐 더없이 직무에 충실하게 형상화하는 <튜즈데이>의 이색적인 매력은, 무심코 조금 특별한 가족물을 찾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성찰을 더불어 선사해줄 뜻밖의 선물 상자로 자리를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 <튜즈데이> 포스터
ⓒ ㈜팝엔터테인먼트
<작품정보>
튜즈데이TUESDAY2023|영국, 미국|드라마/판타지2026.01.14. 개봉|111분|12세 관람가감독/각본 데이나 오. 푸시치출연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롤라 페티그루, 아린제 케네배급 ㈜팝엔터테인먼트수입/공동배급 싸이더스
▲ <튜즈데이> 스틸
ⓒ ㈜팝엔터테인먼트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0대 소녀 '튜즈데이'는 다른 또래가 누리는 바다이야기고래 학교 생활 대신에 종일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다. 낮에 들르는 간호사 외엔 말벗도 없다. 불치병으로 오랜 투병에 지친 그녀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옴을 예감하는 중이다. 홀로 그런 딸을 키워온 엄마 '조라'는 튜즈데이의 삶이 길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다가올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일 리 없다. 모녀의 삶은 겉으론 이골이 나 오히려 평화롭지 릴게임야마토 만, 실제론 진실을 부정하는 은폐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권태롭기만 한 어느 날, 튜즈데이 앞에 앵무새가 날아든다. 화들짝 놀라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앵무새는 자신이 '죽음'이라 주장하며 인간을 비롯해 세상 모든 생명이 삶의 끝에 처할 때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라 주장한다. 들어보니 헛말이 아니다. 튜즈데이는 릴게임예시 담담하게 예상했던 종말을 받아들이지만,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다. 그녀가 마음에 든 죽음은 이를 수락하지만, 귀가한 조라의 강력한 반발은 그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초래한다. 과연 이 난장판을 수습할 수 있을까?
인간의 원초적 고민과 가족 드라마를 잇다
기록으로 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는 고대 수메르에서 왔다 오징어릴게임 . 바로 <길가메시 서사시>다. 길가메시는 반인반신의 위대한 영웅으로 수없이 많은 무용담의 주인공임에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영생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온갖 고난 끝에 목적을 이루기 직전에 도달하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불멸의 꿈은 무너지고 만다. 인류 최초의 신화는 그렇게 태초부터 인간이란 존재가 극복할 수 없는, 하지만 한편으론 바다신릴게임 고단한 삶의 최후 안식처가 되기도 하는 죽음에 관해 고심해 왔다는 걸 증명한다. 삶과 죽음의 역학 관계를 둘러싼 질문은 여전히 궁극의 실존적 고뇌로 남아 있다.
'A24 X BBC FILM' 조합이라는 검증된 작업으로 탄생한 <튜즈데이>는 기발하고 유쾌하지만, 경박한 태도나 희화화와는 거리가 멀다. 인류가 품었던 원초적이자 최종적일 질문에 관해 절대로 가벼이 대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어찌 본다면 이미 수많은 철학자와 종교가 도전했건만, 여전히 풀지 못한 난제에 익숙한 관객을 위해 신세대 감성을 듬뿍 끼얹어 환골탈태를 시도한다. 해묵은 숙제를 방식을 전환해 생명력을 부여하는 노력이다. 시대와 공명하는 가족 드라마가 그렇게 탄생한다.
▲ <튜즈데이> 스틸
ⓒ ㈜팝엔터테인먼트
모녀로 이뤄진 작은 가족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겉으로 봐선 오랜 투병을 잘 견디는 대견한 딸과 자식을 돌보기 위해 분전하는 엄마이지만, 실제 그들의 속내는 퍽 다름이 이야기가 진전되며 관객 앞에 드러난다. 딸은 자신 탓에 엄마의 삶이 저당 잡힌 현실을 자각하고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며칠 후도 기약할 수 없는 삶에 힘겹기만 하다. 엄마는 겉으론 씩씩하게 일과 돌봄을 척척 동시에 해내는 능력 있는 현대 여성 같지만, 직장도 잃고 가정 형편도 말이 아닌 걸 애써 들키지 않으려 악전고투를 거듭할 따름이다. 그런 부조화가 어느새 거대한 틈을 형성하고 있었다.
죽음이 그들 앞에 깃들 때, 이미 겉으론 텔레비전 미담 주인공 전형 같던 모녀의 일상은 더는 지속할 수 없는 상태다. 딸은 자신에게 찾아온 운명을 예감했다는 듯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저 자신 때문에 오랜 세월 고생한 엄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플 따름이다. 죽음은 그런 소녀의 태도가 낯선 동시에 흥미롭다. 그가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과 비인간 동물 막론하고 들어온 공포와 흐느낌 대신에 자신의 존재를 숙명이자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드문 존재와 참으로 오랜만에 대면한 것이다. 작은 소원 하나쯤 들어줄 아량도 생길 법하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가족의 여정
▲ <튜즈데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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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엄마는 딸처럼 순응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감히 죽음에 대항한다. 길가메시, 진나라 시황제, 이집트 파라오, 중세 연금술사들이 감행한 것처럼. 부질없는 일인데도 포기할 수 없는 영생을 향한 집착이 형상화한다. 물론 그건 본인을 위함도, 영원불멸을 꾀하는 것도 아닌 덕에 <튜즈데이>는 색다른 변주로 향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과 아직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녀는 새끼를 지키려는 엄마 곰처럼 초인적 힘을 발휘해 금단의 영역에 도전한다. 무모한 행동은 얼핏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와 생사의 인과를 거역하고 탈이 안날 리 없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가족은 그들이 저지른 일이 어떤 파괴적 결과를 불러왔는지 목격한다. '죽음의 중지'다. 조금 을씨년스럽긴 해도 좀 별난 가족 드라마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순식간에 호러를 가미한 블랙 코미디로 전환한다. 영원한 안식을 박탈 당한 존재들의 울음과 탄식이 온 세계에 가득하다.
엄마는 그 모든 소리를 감지해야 한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사방의 아우성만도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인데, 곧이어 죽음을 허락 받지 못한 존재들이 실체를 드러내자 공포 영화로 장르가 바뀔 판이다. 좀비 소, 하반신을 잃거나 몸 절반이 불에 타버린 사람들도 고통에 신음할 뿐, 죽고파도 죽을 수 없으니 평화롭던 세상은 졸지에 생지옥이 따로 없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들에게 안식을 허락할 죽음이 부재하니 달리 방도가 없다.
결자해지, 저지른 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엄마는 그 현실을 직시하고 도망치지 않는다. 죽음이 날개를 펄럭이며 그들에게 다가온 것처럼, 이제 엄마는 딸과 함께 밤의 여행에 나선다. 세상 곳곳을 다니며 죽어가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가간다. 마지막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들을 피안의 세계로 전송한다. 그 과정을 통해 단지 냉혹하고 무자비한 존재로만 여겼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떠난 이를 기억하며 슬픔 속에 사는 법
▲ <튜즈데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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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감당해 왔던 숙명은 그의 방문을 받은 이들에겐 두려움에 불과했다. 죽음이라고 좋아서 타자의 최후를 목격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오랫동안 고통 가득한 삶을 견디며 종말을 기다리던 튜즈데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초연한 태도를 견지한다. 막막하게 하루를 견디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자로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의 대응은 죽음이 언젠가부터 잊어버린 대화의 희열을 되살리게 만든다. 애초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일 없고, 다들 자신을 피할 궁리만 하니 실제론 상상하기 힘든 공감 능력의 소유자인 죽음으로선 그가 전별하는 자들의 온갖 한과 슬픔을 쌓아만 온 것.
튜즈데이의 별난 태도는, 곧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통로로 기능한다. 피할 수 없건만 부질없는 헛수고만 거듭하다 보니 정작 죽음이 갖는 고유 기능과 역할에 관해선 까맣게 잊어버린 것. 죽음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건 단지 체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꾸리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답안 제출과 연결된다.
예정된 최후가 기다리고, 유한한 삶을 받아들일 때 최선을 다해 살아갈 의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영생불사가 기본 조건이 된다면 우리는 과연 축복이라 기뻐만 하게 될까? 일찍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세 번째 장, '라퓨타'를 떠나 영국으로 돌아가던 주인공 걸리버가 경유하던 나라 중 죽지 않는 자들이 존재하는 땅에서 겪은 체험처럼, 권태와 망각만 남은 영원한 삶은 그저 병마와 상실, 빈궁에 시달리는 현세의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주어진 운명에 절망하며 원망해도 어차피 수가 없다면, 지금을 충실히 살 수밖에 없다. 이제 죽음은 삶을 충만하게 가꾸는 동력이자 거울로 변환된다. 그런데 엄마의 입장은 또 다르다. 오래 살 수 없는 딸의 운명을 알면서도 지켜보는 것 말고 방도가 없는 운명은 그녀를 왜곡된 삶으로 이끈다. 애써 멀쩡한 척, 굳센 티 내보지만, 실은 이미 현실을 인정한 딸과의 작별을 견딜 수 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그래서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가산을 팔아가며 딸과 종일 보내길 두려워한 나머지 굳이 간호사를 고용한 것. 고통 받는 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의무를 다한다는 허위의식과 딸을 막상 대면하기가 겁나는 속내가 그녀의 삶을 공허하게 몰아갔다. 후반에 튜즈데이가 목격하는, 소녀의 추억이 깃들었던 2층이 휑하게 텅빈 풍경은 곧 엄마의 마음 속 상태를 시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뻔하지도, 신파에 그치지도 않는 교훈극
우여곡절 끝에 모녀는 오랫동안 단절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물론 거저가 아니다.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가능한 결과다. 그 순탄하지 않은 과정은 곧 인류가 최초로 죽음을 목격하던 때부터 아득히 이어지는 숙제로 통한다. 엄마의 좌충우돌 분투기는 바로 인류의 끝나지 않는 질문을 향한 현대판 길가메시의 그것인 셈.
이 영화가 선보인 가장 매력적인 존재는 역시 '죽음'이란 이름의 마코 앵무새일 테다. 우리가 앵무새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추억의 모험소설 <보물섬> 속 역대급 캐릭터 외다리 실버의 반려조 '플린트 선장'이 속한 종이다. 죽어가는 자들의 한과 원념을 뒤집어쓴 양 시커먼 외양과 함께 수각류 공룡의 후예인 게 납득가는 특유의 시선을 가진, 의외로 대형 조류에 속하는 외형은 죽음이란 존재를 향한 두려움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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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앵무새일까? 요즘 해외 토픽에 곧잘 등장하는 런던 도심에 외래종으로 정착해 '닭둘기' 취급당하는 이유일 테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부당하게 박해 받고 내쫓기며 경원시한다. 그런 존재를 익살스럽지만, 진중할 땐 더없이 직무에 충실하게 형상화하는 <튜즈데이>의 이색적인 매력은, 무심코 조금 특별한 가족물을 찾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성찰을 더불어 선사해줄 뜻밖의 선물 상자로 자리를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 <튜즈데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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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즈데이TUESDAY2023|영국, 미국|드라마/판타지2026.01.14. 개봉|111분|12세 관람가감독/각본 데이나 오. 푸시치출연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롤라 페티그루, 아린제 케네배급 ㈜팝엔터테인먼트수입/공동배급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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