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크뤼아스 지역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Q.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둘 다 키우면 균형 있고 좋지 않나요?
A. 윤석열 정부는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면서 재생에너지도 확대하는 ‘원전-재생에너지 투트랙 믹스’를 내세웠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늘어날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둘 다 키운다는 취지였죠.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에너지 믹스”를 앞세워 “원전 비중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로 줄여가겠다”는,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력 전주식이란
문가들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물과 기름 같이 섞이기 어려운 에너지원이라고 말합니다.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인 원전과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간헐성’ 전원인 재생에너지를 하나로 묶는 전략은 되레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원전 강국’ 프랑스의 전력 비상 사태
‘원전-재생에너주식시작하는법
지 믹스’의 불안정성은 최근 발생한 프랑스의 ‘전력 수급 비상 사태’에서 잘 드러납니다. 전체 전력의 70%를 원전으로 조달하는 프랑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늘리는 ‘원전-재생에너지 투트랙 믹스’를 추진 중입니다.
비상 사태는 노후 설비로 가동이 중단됐던 약 28기 원전(프랑스 전체 원자로는 59기)이 본격적으로 재빠칭코
가동된 올봄부터 심화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약 5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설비(프랑스 전체 약 24.5GW)가 추가된 상황에서, 갑자기 늘어난 전력 공급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 게 사태의 원인이었습니다. 전기를 사용처로 옮기는 송·변전 체계는 일정 주파수(60㎐)를 유지해야 하는데, 순간적인 전력 과잉이 주파수를 높여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일양약품 주식
위험을 키운 겁니다. 전력 당국이 급하게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단시키고 원전 출력을 강제로 줄이는 대책을 총동원했으나, 공급 과잉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전력망을 관리하는 프랑스송전공사는 지난 3월부터 수차례 ‘비상 균형조정 메커니즘’이란 걸 발동했습니다. 전력 수급의 불균형으로 전력망이 불안정해질 때 주변국에 전력을 내보내거나 받빠찡코
는 조건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유럽 국가 사이의 협정입니다. 프랑스가 과잉 전력을 급하게 밀어내기 위해 4월 한달간 주변국에 지불한 비용이 600만유로(100억원), 지난해엔 8천만유로(1300억원)라고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CEER)는 추산합니다.
사태의 원인은 프랑스가 주로 기대고 있는 원전이 출력을 제어하기 힘든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봄·가을같이 온화한 시기 전력 수요가 갑자기 줄 경우 전력망 안정을 위해 수시로 발전량을 줄여주는 ‘부하추종운전’이 필요한데, 원전의 경우 원자로 내 핵분열 속도의 조절이 어려워 출력을 줄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태양광·풍력까지 더해질 경우, 전력망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계 탄소감축 노력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주축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크게 늘고 있다. 케티이미지뱅크


‘계통한계가격 0원’의 경고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함께하는 전력망 생태계를 힘센 말(원전)들과 작은 개(재생에너지)들이 함께 무거운 수레(전기 수요)를 줄(전력망)로 엮어 끌고 가는 상황으로 설명합니다. 만약 힘센 말 한 마리가 폭주하거나 갑자기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줄이 헝클어져 수레가 전복되는데, 전력망의 대규모 정전이 바로 이런 상황이란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대형 원전의 절반 정도 출력을 내는 화력발전소를 켜고 끄는 것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2040년 전후 화력발전소들이 문을 닫으면 원전과 재생에너지만으로 이런 균형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친 비중이 40%(원전만 32.5%)가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봄·가을철 전력 과잉 문제는 이미 빈번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9일 봄철 전기 수요는 줄고 전력 공급은 늘어난 상황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전사에게 구입하는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5시간 연속으로 0원을 기록한 일이 대표적입니다. 봄철 최저 전력수요는 40GW 아래로 떨어졌는데도 경직성 전원인 원전(26GW)과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체 57GW 규모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현재 짓고 있는 원전 4기(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제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가 더 추가되면, 전력망에 경직성 전원 8.4GW가 더 추가됩니다.
전문가들은 경직성 전원인 원전을 ‘일단 짓고 보자’ 식으로 지었다간 미래 전력수급의 불안정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출력 조절이 어려운 원전이 계속 늘어나 기저발전원 자리를 차지할 경우,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태양광만 출력 제어의 대상이 되어 재생에너지 투자가 위축될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세계 어디도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반반 혼합’하는 나라는 없다. 그나마 프랑스는 옆 나라와 연결된 송전망에 의지한다지만, ‘에너지 섬나라’인 한국의 경우 가뜩이나 많은 원전을 더욱 늘리면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대한 투자가 현재의 에너지 믹스를 유지하면서도 프랑스가 겪고 있는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