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흙바닥으로 된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전세계적으로 돌고래·코끼리·유인원 등 고등 인지동물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도 인간처럼 자의식을 지니고 사회적 유대·복잡한 감정 체계 등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해 동물원 전시·공연 등을 금지하고 이들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주장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31일 ‘비인간인격체’의 사육 문제를 지적하고 윤리적·실질적 대안 마련을 촉구 카카오야마토 하는 ‘비인간인격체 감금사육의 폐해 및 금지 필요성’ 제목의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보면, ‘비인간인격체’(Non-human person)는 미국의 환경철학자 토머스 화이트 교수(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가 책 ‘돌고래를 위한 변론’(2007년)에서 생물학적 ‘인간’(Human)과 ‘인격체’(Person)를 구분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고안한 개념이다 황금성슬롯 . 학계에서 거론되는 대표적 비인간인격체는 대형 유인원, 고래목, 코끼리과 동물 등이다.
이 동물들은 자의식, 도덕 감수성, 사회적 유대, 복잡한 감정 체계 등을 갖췄으며 인간과 유사한 심리·인지 특성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큰돌고래·범고래는 ‘거울 실험’을 통과한 종들로, 큰돌고래의 경우 자기인식 능력이 인간 유아보다 빨리 발현되는 바다이야기꽁머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경우 생후 18~24개월 무렵에야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인지하지만, 고래는 생후 7개월이면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다. 코끼리 또한 고도로 발달한 청각·후각을 기반으로, 수백 가지 의미를 지닌 자세·몸집, 발성 등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무리 구성원 간의 사회적 유대와 애도 반응이 관찰된 바 있다.

백경게임

아르헨티나 동물권을 위한 변호사연합(AFADA)은 불법포획된 오랑우탄 ‘산드라’를 대신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을 상대로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했고, 2019년 법원은 산드라를 ‘비인간인격체’로 인정해 자연보호구역으로 옮기라는 판결을 내렸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손오공게임 보고서는 비인간인격체가 감금(사육)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을 겪고 움직임이 제한될 경우, 그 자체로 정신·신체적 건강이 위협당해 정형행동(목적 없는 반복적 행동),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야생의 코끼리 평균 수명은 60~70살이지만, 동물원 사육 코끼리의 경우 17~19살에 불과하다. 부적절한 사육환경과 운동 부족은 관절염과 비만, 지방간 질환 등 각종 대사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비인간인격체의 사육을 금지 또는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의 사육·신규 도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는 코끼리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해 상원을 통과해 하원에서 심의 중이다.
나아가 비인간인격체 종·개체 단위의 법적 권리를 인정해 ‘법인격’을 부여하거나 ‘인신보호청원’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침팬지 세실리아·오랑우탄 산드라 등이 비인간인격체로 인정돼 동물원에서 자연보호구역으로 이송된 바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하이시는 코끼리의 신체적 자유권을 명문화한 조례를 지난 2023년 9월 제정했다. 해당 조례는 코끼리의 자율성과 본능적 행동을 침해하는 환경에서의 사육을 금지해, 동물원에서의 사육을 금지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코끼리의 사육시설 기준.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 공영동물원 코끼리 야외방사장 크기. 동물자유연대 제공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오랑우탄, 코끼리, 돌고래 등이 종별 특성을 충족할 수 없는 열악한 시설에서 사육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코끼리 한 마리당 야외 방사장의 최소 규모를 1헥타르(10000㎡)로 규정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마리당 125㎡로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고래류의 경우 지난 2023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신규 개체 도입이 금지됐으나, 현재 남아있는 고래들의 보호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한 과제로 남아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제는 우리 사회도 동물이 감응력과 지각력을 가진 인격체임을 인정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동물복지 정책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비인간인격체의 감금사육을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법적 지위에 대한 검토, 사회적 인식 전환, 생츄어리 시스템 구축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