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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7일 개최하겠다고 밝힌 ‘혐오표현’ 관련 토론회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36개 인권·시민단체의 연대체인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1일 오후 성명서를 내 “혐오를 용인하고 조장하는 인권위 주최 ‘혐오표현 판단 기준 정립 토론회’를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토론회 패널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 토론회는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을 '자유'로 보고 용인해야 한다는 차별적 방향으로 예적금계산기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기준을 정한다는 명목으로 혐오표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인권위의 이번 토론회 기획을 매우 규탄한다”고 했다.
앞서 11일 오전 인권위는 보도자료를 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혐오표현 판단 기준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인권위는 “혐 기업은행주택담보 오표현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권위에는 장애인·여성·성소수자·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 관련 진정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며 “인권위는 이러한 진정사건에 대해 보다 일관되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자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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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17일 개최하는 ‘혐오표현’ 토론회 포스터.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이 토론회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토론회 개최 중단을 요구했다. 인권위 제공


공동행동은 패널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히 토론자로 나선 백은석 한 엠세이퍼 동대 교수는 복음법률가회 소속 조영길 변호사와 함께 ‘결혼과 가정을 세우는 연구모임'에서 동성애·동성혼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왔다. 좌장을 맡은 전민영 인권위 차별시정국장은 기독교 로펌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산지와 로고스 출신 변호사로, 지난해 9월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안 위원장이 특별채용한 간부다. 전 국장은 지난 7월 성소수자 진정사건의 소위 상정이 지역새마을금고 채용 보류될 때 당시 해당 사건 조사관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 위원장 말을 전하며, ‘나의 결재권은 위원장님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니 위원장님이 그런 의견이시라 나는 결재를 못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토론회 기획에는 안창호 위원장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게 공동행동의 시각이다. 공동행동은 “혐오는 그저 혐오일 뿐이다. 혐오를 '표현의 자유'라고 우기며 무제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는 우리 사회 안에서 성립될 수가 없다”며 “반인권적 사고방식을 당당히 보여주는 안창호 위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당장 철회하고, 인권의 ‘보루' 인권위원회의 둑을 그만 무너뜨리고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안창호 위원장은 11일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성소수자 보호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청소년 대상 성교육 등 문제에서 보호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 “그간 인권위원장으로서 비판을 받아왔던 본인의 반인권적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