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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얘기한 인부들이 연기를 어떻게 아주 말은정암은 의령과 함안을 남북으로 나누며 흐르는 남강 가운데 있는 4m 높이 정도의 바위이다. 정(鼎)은 세 발 달린 솥을 뜻하는데, 정암도 물속에 세 개의 기둥이 있다고 한다. 이 부근은 오랫동안 남강 물류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조선 말까지 낙동강 하구 구포에서 어물과 소금을 실은 배가 남강을 거슬러 올라왔고, 그 배는 다시 의령 등 서부 경남의 옹기, 곡물, 한지, 피륙 등을 싣고 내려갔다. 정암나루는 남강의 가장 큰 나루이자 호남으로 통하는 중요한 요지였다. 의병장 곽재우도 호암으로 진입하려는 일본군을 이곳에서 격파했다. 임진왜란 당시 육지에서의 첫 승리였다.




경남 의령과 함안 경계를 이루는 남강의 정암유진테크 주식
. /김석환


2001년 말 한 신용카드사는 '부자 되세요'라는 대사의 광고를 내보냈다. 그때까지 '청빈(淸貧)'이라는 위선의 외피를 쓰고 있던 한국인들은 그 CF 이후 돈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의령군과 정암은 배금주의의 성지가 되었다. 정암은 조선 시대의 한 도사가 솥의 세 고전릴게임
발이 난 방향으로 8㎞(20리) 이내 큰 부자(國富) 3명이 난다고 예언했다는 곳이다. 삼성 창업자 이병철, LG 창업자 구인회, 효성 창업자 조홍제가 예언의 주인공이 되었다. 정암 솥 바위 정기로 탄생한 부자는 처음에는 3명이었지만 갈수록 늘었다. 요즘에는 삼영화학과 GS, LS, 쿠쿠까지 포함된다. 해가 갈수록 정암의 영험함이 더해지는 것일까? 그래서 릴게임정글북
의령군은 '부잣길' 코스를 만들고 '리치리치 축제'까지 개최하면서 기를 받아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유혹한다. 
정암나루를 지난 남강은 한때 한국 최대 부자로 불렸던 이병철의 생가를 향해 1시 방향으로 물길을 튼다. 정암에서는 차로 15분 거리이다. 정암나루에서 '삼성 이건희대로'를 달리면 정곡면 사무소 앞에서 '호암 이병철대로'로 접어조광 ILI 주식
들어 생가 마을에 이른다. '호암 이병철대로' 등은 법정 도로 이름이 아니고 명예 도로명이다. 하지만, 이 이름의 도로 표지판은 곳곳에 들어서 있고, 내비게이션에서도 검색할 수 있다. '부자' 마케팅을 하는 의령에는 '관정 이종환대로'도 있다. 하지만, 의령이 낳은 인물인 곽재우나 안희제 도로는 없다. 그들도 부자였지만 나라를 위해 많은 재산을 바치고 마지신주인수권
막에는 가난 속에서 숨졌기 때문에 '부자 마케팅'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까?

1851년(철종 2년) 지어졌다는 이병철 생가는 안채, 사랑채, 대문채, 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병철은 '돈병철'로까지 불리며 산업화 시기 한국 부자의 대명사였다. 대통령조차 무속과 역술에 심취해 의사결정을 하는 나라지만 이병철 치부의 원인은 역술인마다 다르게 설명한다. 누구는 마을 앞을 흘러 남강과 합류하는 정곡천이 생가를 돌아보며 천천히 흐르는 역수(逆水)형 명당이라고 하고, 누구는 증조부의 묘를 잘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곡식 쌓아놓은 것처럼 생긴 산의 기운이, 생가터에 혈(穴)이 되어 맺힌 덕분이라고 한다.




경남 의령 정곡면 이병철 생가. /김석환


1950년 조봉암의 농지개혁 이전 남한에서 1000석 이상의 대지주는 905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병철 집안은 그 당시 천석꾼이었다. 노비도 30여 명 이상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그는 일제의 한일병합 6개월 전인 1910년 2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이병철은 1926년 서울 중동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3살 연상의 박두을과 결혼한다. 처가는 3000석 지기의 큰 부자였다. 장남인 이맹희의 회고에 따르면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시집이라고 왔더니 집도 좁고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이병철은 결혼 이후 일본 와세다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당시 일본 중산층 가족의 한 달 생활비가 50원 정도일 때 200원을 지원받는 초호화 유학이었다. 하지만, 일본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건강도 나빠져 돌아왔다. 귀국 후 그는 "밤새 노름에 빠져 달그림자를 밟으며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호암자전>"고 스스로 말할 정도의 삶을 살았다. 
정암의 정기를 함께 받았다는 효성 그룹 창업자 조홍제는 1926년 6.10만세 운동으로 서울 중앙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했고, 사료로는 남아 있지 않지만, LG그룹 창업자 구인회도 백산 안희제에게 독립운동 자금을 건넸다는 설도 있다. 정암의 정기로 부자가 되었다는 3명 가운데 이병철만은 주지육림의 세월을 보냈다.
이완배는 <한국 재벌 흑역사>에서 "암담한 정세 속에서 찾아드는 말 할 수 없는 허전한 심정이 밤마다 발길을 술자리로 돌리게 했을 뿐이다"는 이병철의 회고를 인용하며 "암담한 정세 속에서도 광복의 희망을 찾아 피 흘리고 싸운 수많은 독립투사가 들으면 코웃음도 아까운 방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936년 이병철은 부친에게 받은 5만 원(쌀 300석)으로 경남 마산에 협동정미소를 연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에 따르면 당시 5만 원은 지금 구매력 기준으로는 10억 원 ~ 1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마산은 조선 시대부터 경상남도 농산물의 집산지였다. 창원·칠곡·진해·거제·의령·고성 등의 대동미는 마산창에서 거두어들였다. 이병철이 사업을 시작하던 일제 강점기에도 마산은 일본으로 쌀이 수출되고 만주의 농산물이 수입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정미소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이후 이병철은 조선 식산은행의 융자를 받아 200만 평의 김해평야 농지를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의 구상은 "김해평야에서 경작할 수 있는 모든 전답을 한 평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매입한다"는 것이었지만 1937년 중일전쟁의 여파로 이 부동산 투기도 실패했다. 




이병철 생가 터 뒤편 바위. /김석환


농토는 농민의 목숨줄이다. 400년 만석꾼으로 유명한 경주 최씨 집안의 원칙은 "흉년에 땅을 늘리지 말고,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흉년이 들어 굶주린 농민이, 피눈물을 머금으며 헐값에 내놓은 땅을 사지 말고 그들을 도우라는 가훈이다. 이병철은 식민지 백성의 어려운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먼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경주 최씨 집안이 백산상회 등 독립운동 자금 지원 등으로 부가 기울면서 "한강 이남 최고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믿고 대구대(지금의 영남대)를 금전 보상 없이 1960년 이병철에게 넘긴다. 하지만, 이병철은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이를 박정희에게 헌납했고 영남대학의 주인은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가 되었다. 
이병철이 사업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1938년 대구에 설립한 '삼성상회'부터였다. 삼성상회는 무역업체이면서 일제의 쌀 수탈로 국내에 식량이 부족한 것에 착안, 국수도 제조해 팔았다. 전두환의 부친 전상우가 이 무렵 삼성상회에서 품팔이했고 전두환도 삼성상회에 들락거렸다. 이병철에게 본격적으로 부를 안긴 것은, '설탕'이었다. 김정인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 경제사>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개항 후 1885년부터 1914년까지 30년간 설탕 수입이 200배가 늘었고, 식민지 조선으로 이주하는 일본인에 대한 총독부의 추천 직업이 과자 상인이었다. 한번 설탕을 맛본 사람들은 이를 잊지 못했다. 
해방 한국에서 최초로 설탕을 생산하기 시작한 곳은 1953년 부산에 설립된 '제일제당'이었다. 원당을 가공해 설탕을 만드는 제당 산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업 성공의 핵심은 원당의 확보와 투자 자금이었다. 당시 원당은 밀가루, 목면과 함께 미국의 원조물자였다. <월간 신동아> 2023년 10월호에 따르면 이승만 정부는 정부 보유 외환 가운데, 제당 공장 설립 자금 18만 5000달러를 이병철에게 지원한다. 그 전년도인 1952년 한국 수출총액은 고작 1900만 달러(2024년 수출은 6838억 달러)였다. 100달러 이상의 지출은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결재한다는 이야기가 나돌던 시절이었다. <월간 중앙> 2023년 3월호 이한구의 기록에 따르면 이승만은 독립협회 시절 이병철의 부친 이찬우와 교분이 있었고, 이병철은 1946년 '10월 폭동' 진압 이후 대구를 방문한 이승만과 만났다고 한다. 
이승만에게 이병철은 옛친구의 아들이었다. 제당 사업 진출은 정경유착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제당 기업만 달러 사용허가를 받아 원당을 수입할 수 있었고, 달러 환율도 시중의 고정 환율보다 낮게 책정해 주었다. 그래도 설탕은 너무 비쌌다. 그래서 뒷맛은 쓰지만, 같은 무게의 설탕보다 단맛이 무려 300배가 강한 인공감미료 사카린이 등장한다. 사카린은 정식 수입되기도 했지만, 떼돈을 벌 수 있어 밀수 상품으로도 제격이었다. 
1966년 9월 15일 경향신문은 '또 재벌 밀수? 사카린 2000부대를 건설자재로 가장해'라고 보도한다. 삼성이 공사 중이던 한국비료 공장의 건설자재를 위장해 사카린 원료 등 밀수품을 반입하다 적발됐다는 것이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나 단맛이 강하고 가격은 1/30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비료 건설 현장에는 그해 부산상고를 갓 졸업한 노무현이 책값을 벌려고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병철의 장남 이맹희가 1993년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밝힌 밀수 관련 내용은 이렇다.
"처음부터 우리가 밀수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밀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사카린으로) 돈을 만든 다음 3분의 1은 정치자금으로, 3분의 1은 부족한 공장 건설대금으로, 3분의 1은 한국비료의 운영자금으로 하자는 안까지 내놓았다.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지 불과 3년여. 아직도 군사정부 시절의 기강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기에 정부의 묵인이나 적극적인 협조 없이 대단위의 밀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병철은 한국비료 지분 51%를 국가에 헌납하면서 책임지지 않고 논란에서 빠져나갔다. 광복군 출신이자 당시 최대 월간지 <사상계(思想界)> 발행인이었던 장준하는 "박정희야말로 밀수 왕초"라고 발언했다가 구속되었다. 권력의 치부를 공개한 죄였다.




 /김석환 박사·지식 큐레이터


☞ 필자는 KNN 사장, 한국인터넷진흥원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고인돌과 인공지능'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언론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콘텐츠와 한국 언론기업의 문제에서부터 산업혁명 이후 헤게모니를 둘러싼 세계와 한국의 근현대사,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