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주편한병원 정재훈 원장


'의미 있는 삶을 살아요.부러워하지 마요.지금 당신의 삶이 행복이죠.언젠가 다가올 그날 말해요.사랑하며 살았다고.'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한 공연장에서 아주편한병원 20주년 축하 행사가 있었다. 이날 한 신인가수의 데뷔 무대가 있었다. 지금, 바로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은 '지금이 행복이에요'라는 신곡을 선보인 신인가수의 정체는 이 병원을 이끄는 정재훈 원장이었다.
정 원장은 알코올, 마약, 약물 등의 중독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치료를 전문으로 해 왔다. 정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가 된 지는 28년, 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본 건 20년이 됐다"며 "처음에는 일반 정신과 환자 릴박스 들을 치료했는데, 이제는 주로 중독 환자들을 치료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병원이다"고 소개했다.
정 원장은 중독을 치료의 영역이라고 전하며 이전부터 인식 전환과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SBS '긴급출동 SOS 24시' 솔루션 위원 활동을 비롯해 SBS '궁금한 이야기 Y', '그것이 알고 싶다', KBS 1T 야마토게임예시 V '역사 저널 그날', '추적60분' 등의 방송에 전문가로 꾸준히 참여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6년 전 시작한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 회장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에 '긴급출동 SOS 24시'는 제가 최다 출연자일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관종'은 아닌지라 온라인골드몽 그게 불편한 거예요. 그래서 1년에 2~3번 정도 전문가 자문 인터뷰 정도만 하고, 진료에 집중했죠. 그런데 진료를 열심히 해도 국가 지원, 정책이나 이런 부분 때문에 한계를 느끼는 지점들이 있어요. 정책은 법이니까, 그래서 국회 직원들과 모임을 가져보자 해서 연구회를 시작한 거고요."
본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해 의존할 곳을 찾고, 끝내 게임몰 중독까지 가게 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불행하지 않다. 희망을 가지라,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하며 수십 년째 살아왔던 정 원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스스로 그걸 느끼지 못했다"면서 노래를 시작한 이유를 전했다.
"궁극적으로 치료의 목적은 '회복'이잖아요. 문제는 증상 그 자체가 아니에요. 모든 건 절망에서 시작해요. 골드몽릴게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증상이 생기는 거죠. 결론적으로 삶으로 돌아갔을 때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도록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 많은 조언과 상담이 이뤄지는 거고요. 그런데 저도 병원 경영하고, 이런저런 활동도 하다 보니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환자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 데 제 마음에 희망이 없었어요."



/사진=아주편한병원 정재훈 원장


정신과 전문의인 만큼 정 원장은 곧바로 개인 정신분석을 시작했고, "스스로 아끼고 사랑해야 마음이 풍성해지고, 남에게도 베풀 수 있는데 저의 마음은 바닥인 거 같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즐거운 걸 하고 싶었고, 그때 생각난 게 대학 시절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공연을 하던 거였다"고 말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인공들처럼 "전공의 시절에도 기타를 놓지 않았다"는 그는 "삶은 뭘 해도 힘들고, 치열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똑같이 힘들지만 내 마음이 즐거워지는 걸 해보자 싶어서 9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보컬트레이너를 소개받아 노래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자는 정도였어요. 사회생활 하면서 참아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연습실에서는 모든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거기에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 이것도 성취감이 생기고,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해서 기성곡 중 하나씩 골라 녹음을 목표로 해서 연습하고, 제대로 녹음실에서 녹음도 했어요. 그렇게 노래가 몇곡 차다 보니 이제 '내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곡과 편곡은 전문가에게 맡겼지만, 곡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사는 정 원장이 직접 했다. 편곡 과정에서 라임을 맞추고, 수정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완성곡의 80% 이상은 정 원장이 쓴 그대로 들어갔다. 곡의 템포와 멜로디의 분위기까지 정 원장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
정 원장은 "제 노래니 제 생각을 담고 싶었다"며 "나에게도 하는 얘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는 얘기다. 노래는 반복해서 듣다 보면 뇌에서 기억하게 되고, 그 기억이 반복된다면 가슴으로 오고, 행동이 바뀌게 된다. 나에게도 위로와 희망을 주고, 듣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지금이 행복이에요'의 가사 의도를 설명했다.
"노래 가사가 제가 정신과 의사를 선택했던 이유입니다. 피부과, 성형외과, 돈 잘 버는 과가 아니라 정신과에 온 건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접근 방식이 좋아서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기계적으로 환자를 대하고 증상만 보는 것처럼 변해가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노래를 한다는 건 저에겐 20대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진료도 보고, 정책 활동도 하는 거죠."
자기 생각을 담은 노래가 탄생했지만, 녹음하는 과정은 "어떡하나 싶었다"던 그였다. 정 원장은 "처음 가이드 버전을 받았을 때, 노래를 너무 잘해서 '제가 이걸 어떻게 부르냐'고 했다"며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코러스까지 제가 다 녹음했는데 '생각보다 노래를 잘한다'는 주변 반응을 듣는다"며 웃었다.



/사진=아주편한병원 정재훈 원장


병원장 20년 만에 신인가수로 데뷔했고, "앞으로도 계속 새 노래를 발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지만, 정 원장은 오디션 프로그램 등의 출연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유명해지고 싶었다면 방송을 계속했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제 노래를 듣고, 위로받고,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곡의 제목이 '지금이 행복이에요'인 건, 인간은 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불행하게 살아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건데, 그러다 10면, 20년이 흐르면 본인은 소진되고, 학대하게 되는 거죠.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껴요. 그 불안이 삶을 열심히 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하면 발목을 잡는 거죠. 기본적으로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건데, 그래서 노력해야 해요. 불행하지 않다고 느끼는 게 출발점입니다. 안 좋은 일이 1000개면, 좋은 일은 그중 1, 2개인데 그걸 버틴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라고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노래를 통해 이런 것들을 전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