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1월호 기사입니다.


청량한 향과 맑고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가을 대표 과일 배. 하지만 배를 주재료로 한 술은 흔치 않다. 조선시대 명주 ‘이강주’에 배가 부재료로 들어가는 정도이다. 드물어서 더 반가운 배 술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벗 삼아 배 술 한잔 기울여보자.





배로 만든 술 3종.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나주배로 만든 페리 이제
전남 나주에 있는 페어리플레이(PEARE:PLAY)는 국내 최초 페리(Perry) 전문 양조장이다. 페리는 배를 발효시켜 만드는 배 사이다(Pear Cider)로, 유럽 전통 과실주다. 페어리플레이의 페리 제품 ‘이제(알코올 도수 5%)’는 품질 좋은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나주배로 만든다.

“이제는 ‘배나무 이(梨)’ 자와 ‘지을 제(製)’ 자를 합해 지은 이름이에요. 배로 만들었다는 뜻과 ‘이제부터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송미 대표의 설명이다. 이제는 ‘신고’ 품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육성한 ‘황금’ ‘추황’ 등을 섞어서 만든다 오징어릴게임 . 황금과 추황은 수확량이 많고, 양조에 적합한 특성을 지녔다. 게다가 유통이 어려워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던 지역 농가와 상생한다는 의미도 깊다.



국내 최초 페리 제품을 선보인 이송미 대표.


“황금배의 부드러운 릴게임야마토 맛과 추황배의 산미, 그리고 신고배의 깔끔한 맛이 술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블렌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품종의 배를 착즙해 발효·여과·숙성한 뒤 블렌딩하고, 부재료를 첨가한 후 탄산을 주입해 완성한다. 맑고 청량한 술을 지향하는 만큼 여과 과정에 특히 정성을 쏟는다. 병은 맥주나 음료수병 같은 간결한 디자인이고, 술의 사이다쿨 색은 배 껍질을 살짝 담갔다 뺀 듯한 투명한 연분홍빛을 띤다.
라벨 디자인 역시 단정하면서도 감각적이다. 탄산이 있어서 작은 와인 잔이나 샴페인 잔에 차갑게 해서 마시기를 추천한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 가벼운 음식을 곁들이면 좋다.
“이제는 시원한 배를 먹은 것처럼 청량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을 지향해요.”
페어리플레이에서는 그 밖에도 추황과 돌배로 만든 드라이 타입의 페리 ‘이제 디 오리진(12%)’을 선보이고 있다.


첨단기술로 완성한 배 브랜디 피어펙트 르네상스 
충남 천안에 있는 랩투보틀은 우리 농산물로 세계적인 술을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 박사 출신의 이동헌 대표가 2022년 창업해 지난해 배 증류주 ‘피어펙트 르네상스(40%, 이하 피어펙트)’를 선보였다. 피어펙트는 올해 ‘2025 몽드 셀렉션(Monde Selection)’에서 대상을 받는 등 세계 유수의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하면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피어펙트는 천안 성환배로 만들어요. 배로는 술을 빚기가 어렵다는 만류가 많았지만, 배로도 훌륭한 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습니다.”
우리 배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있었기에 시행착오를 견딜 수 있었다. 고품질의 배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 이 대표는 다른 꼼수 없이 좋은 배를 아낌없이 넣었다. 시장에서 개당 5000원은 족히 받을 배를 그대로 착즙해 설탕과 효모만으로 발효하고, 구리 증류기에서 두 번 증류한 뒤 오크 숙성했다.



증류기 앞에 선 랩투보틀 이동헌 대표. 우리 농산물과 첨단기술을 결합해 세계적인 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피어펙트 한 병에 성환배 5~10개가 들어간다. 여기에 랩투보틀이 자체 개발한 ‘액티브 에이징(능동적 숙성)’ 기술을 적용했다. 단시간에 오랫 동안 숙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첨단기술이다.
알밤 같은 색의 투명한 피어펙트는 위스키 잔이나 브랜디 잔 등을 사용해 향을 음미하면 좋다. 따르는 순간 향긋한 과실향과 스모키한 오크향이 그윽하게 번진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입안에 여운이 오래간다는 평이다.
“피어펙트는 칵테일에도 좋은 원액이에요. 올해 과테말라에서 열린 한-과테말라 비즈니스 포럼에서 피어펙트에 라임을 넣은 일명 ‘피어펙트 과테말라 칵테일’이 건배주로 사용되었어요. 해외에서 극찬받아서 기뻤죠. 여러 재미있는 방식으로 피어펙트를 즐겨주세요.”


토종 돌배의 기품 까치돌배주
강원 홍천 내린천 상류에 자리한 밤바치돌배농장은 토종 돌배(산돌배)를 재배하며 활용 가능성을 연구해왔다. 30여 품종의 돌배나무를 직접 접목·관리하며, 현재 약 2㏊(6000평)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먹는 거니까, 양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김남국 대표는 2010년 무렵 돌배를 연구하던 중, 술로 빚었을 때 그 향과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해 까치돌배주(16.5%, 47%)를 제품화했다. 까치돌배주는 여러 돌배 품종 중에서 술에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만들었다. 돌배와 설탕, 효모를 넣어 과실주로 발효한 뒤 이를 증류해 돌배 증류원액을 얻고, 여기에 다시 돌배를 담가 침출 공정을 거친다.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까치돌배주를 생산하는 김남국 대표.


이 과정을 통해 돌배의 향과 산미가 술 속에 깊이 스며든다. 영상 35°C에서 최저 영하 20°C까지 떨어지는 홍천의 큰 일교차 속에서 약 2년간 숙성돼 부드러운 질감과 깊은 향을 갖춘다.
“돌배는 산도가 높아 첨가물 없이 균형 잡힌 맛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수년간의 실험 끝에 품종과 숙성 조건을 최적화해 지금의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까치돌배주 16.5% 제품은 5~10°C로 차게 마시면 향과 산미가 가장 조화롭다. 47% 증류 리큐르는 온도에 따라 향의 깊이가 달라지므로 튤립형 잔이나 작은 도자기 잔으로 천천히 즐기기를 추천한다. 첫 향에서는 돌배 특유의 청량함과 과실향이 느껴지고, 이어 새콤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단맛이 피어오른다. 마지막에는 깔끔한 산미가 여운처럼 남는다. 밤바치돌배농장에서는 까치돌배주 외에도 돌배발효액, 돌배도라지즙, 동결건조 돌배칩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글 길다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