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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배우 남규리는 올해 축하할 일들이 유독 많다. 남규리가 출연한 옴니버스 공포 드라마 '동요괴담’이 올봄 프랑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오랜 꿈이던 칸에 다녀왔고, 여름에는 개인 유튜브 채널 '귤멍’을 오픈했다. 무엇보다 전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새 소속사 없이 홀로서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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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홀로서기는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소몰이 창법 시대를 대표하는 3인조 걸 그룹 '씨야’의 리더였던 남규리는 개인으로서도, 팀으로도 한창 잘나갈 때 그룹에서 탈퇴했다. 2006년 데뷔한 씨야는 당시로는 드물게 데뷔 40일 만에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할 만큼 처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인의 향기’ '사랑의 인사’ '슬픈 발걸음’ 등 히트곡도 우량종목
줄줄이 내놓았다. 그러나 인형 같은 외모와 끼로 배우 활동을 겸한 남규리에게 다소 인기가 편중된 경향이 있다 보니 그녀를 둘러싼 말도 많았다. 멤버들 사이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이자 어쩔 수 없이 탈퇴를 택했다. 하지만 결국 팀은 2011년 1월 데뷔 4년 10개월 만에 해체됐다.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남규리가 감당해야 할 후유증도 컸다. 5년 전 예능 프코스닥증권시장
로그램 '슈가맨 3’를 통해 씨야가 모였을 때 멤버 이보람이 남규리에게 "힘든 시간을 잘 버텨주고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한 바 있다. 남규리는 나중에 밝히길 당시 이민 갈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팀에서 나온 후 남규리는 배우로 활동하며 드라마 '49일’ '무정도시’ '카이로스’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바쁘게 일하다 보니 마음에 황금성 다운로드
새겨진 미움, 슬픔, 분노들이 옅어졌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한결 가벼워진 남규리는 오히려 달리던 속도를 늦췄다. '귤멍’의 콘셉트를 자기 돌봄, 힐링으로 잡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여러 가지 도전에 나설 참이다. 집에서 서툰 솜씨로나마 자신을 위한 요리를 만들고, 최근에는 혼자 운전해 캠핑도 다녀왔다.  
올해 프로젝트 앨범 '2010증시
기억 The Memory’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리메이크곡 '가슴앓이’를 시작으로 8월 17일 두 번째 디지털 싱글 '그래도 좋아해요’를 발표했다. "‘가슴앓이’를 통해 오랜 연예계 생활에서 생긴 멍 자국, 스스로를 놓아주지 못했던 시간들을 마주했다"는 남규리에게 이제는 좋은 기억만이 남았다. "그때의 사람들, 그 시간들을 그래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남규리는 사라진 게 아니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올 4월 제8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출연작 ‘동요괴담’이 초청돼 칸을 방문했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아요"올봄 10년 전부터 꿈꿔왔던 칸 초청이 이뤄졌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와! 그게 봄이었군요. 바쁘게 지내다 보니 지난해 일처럼 느껴져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간직한 꿈이었어요. 너무 가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을 가능성이 큰 작품을 찾아 찍을 때도 있었지만 현실은 또 다르더라고요. 점점 막연하게 '언젠간 갈 수 있겠지. 할머니가 되어 가도 되니까’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칸에 초청받을 수 있단 얘기도 듣지 못했고, 아예 그런 기대 없이 임했던 작품이라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토록 바라고 원할 땐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네요. 꿈을 간직한 채 매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또 한 번 배웠어요.
‘동요괴담’은 언제 방영하나요. 지난해 라쿠텐 비키(미국 OTT)에 공개된 '피타는 연애’도 그렇고 꾸준히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데 팬들에게 바로 닿질 못하네요.
올해 방영한다고 들었는데, 글쎄요. 안 그래도 저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요즘 뭐 하세요?" "왜 활동 안 하세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피타는 연애’의 경우 기대가 컸는데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아 아쉬워요. 그런데 제가 이런 변화를 늦게 경험한 편인 거지, 영화 개봉이 미뤄진다거나 공개 채널이 바뀌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같아요. 정말 많은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 
그래서 연기 외에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활발히 하는 건가요. 
일단 팬들과 더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팬들을 위해서 말고도 더 있어요. 제가 오랫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항상 있었어요.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경력이 오래돼가는데 더 늦기 전에 제가 원하는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어요. 더는 제 생각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왜곡되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남규리를 온전히 퓨어하게 보여드리고 싶던 차에 때마침 저랑 뜻이 맞는 제작진을 만났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음악을 담는 채널로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채널명을 '귤멍’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어릴 때 씨야로 활동하면서 스케줄이 너무 많았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멍하게 있었던 적이 많았죠. 그런 모습들을 보고 당시 팬들이 '귤멍’이라고 별명을 지어줬어요. 또 요즘 '불멍’이란 신조어도 있잖아요. 멍하게 있으면 생각이 비워지고 힐링이 되니까 제 채널을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힐링이 됐으면 좋겠단 의미에서 '귤멍’이라 지었어요. 
영상에서 규리 씨가 요리하고, 조카를 돌보고, 산을 오르며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왜 그럴까요.
늘 하던 일이라 편안하게 보인 게 아닐까요. 제가 화려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최근 있었던 특별한 일이라고 해봐야 지난해 밥 주던 길냥이가 올해 새끼 2마리를 데리고 온 것 정도예요. 너무 많은 길냥이가 모여서 한동안 밥 주는 걸 중단했었거든요. 이번에 새끼들을 데리고 왔길래 더위에 지칠까 봐 간식을 줬어요. 되게 리얼하죠? 유튜브에 입고 나오는 옷들도 다 제가 실제로 입는 옷이에요. 꾸미지 않은 저를 보여주니까 정말 편안해요.






남규리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나와 친해지기 위해서다. 잘 쉰다는 건 나와 친해지는 일이다.



예전보다 '나’를 보여주는 게 더 편해졌나 봐요.

그렇죠. '나를 다 보여줘도 괜찮다는 걸 좀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해요. 심지어 랄랄 씨와 찍은 콘텐츠 '우정고사’ 영상에는 "랄랄에게 책잡혔느냐?" "도대체 얼마를 받았느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라는 댓글도 있더라고요(웃음). 그냥 해보고 싶은 걸 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걸 알았을 뿐이에요. '내가 이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볼 거야’ 하는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어요. 사실 유튜브 채널 개설 제의를 오래전부터 받았어요.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 출연 이후 제 생활이 이슈가 됐잖아요. 하지만 계속 재미 위주로 보여드리다 보면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는 어떡하지?’ 고민이 돼 고사해왔어요. 저는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채널이 조금 느리게 성장하더라도요.    
밝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댓글도 있던데, 실제 성격은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잖아요. 혼자 있을 때마저 멋있고 예쁜 척하진 않을 거고, 말이 많거나 표정이 다양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냥 지극히 자연스러운 저를 보여드린 거예요. 카메라 앞에서 혼자 말을 하다 보면 아무리 자연스럽게 하려 해도 어색해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실제로 저는 밥 먹을 때도 TV, 음악 없이 적막 속에서 있거든요. 물론 유튜브 촬영을 이어가며 점점 말을 더 하긴 할 거예요. 철권 게임을 할 때처럼 시끄러운 저도 진짜 저니까요. 이겨야 하니까 마음이 급하잖아요. 게임할 때는 연기를 할 수가 없어요(웃음). 또 앞으로 유튜브를 통해 어떤 모습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 모습들도 저예요. 그동안 꺼내 보이지 않은 저를 보여주는 거니까요. 이런저런 걸 해볼 용기가 이제야 생겼어요. 
예뻐서 깍쟁이로 오해받고, 노래 실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편 아닌가요. 
저는 스스로 아주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제가 느끼기에도 이미지가 고착화된 부분이 있는 듯해요. 제 외모나 목소리, 움직임 등이 이루는 어떤 분위기가 저를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많은 분에게 예쁨받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예쁘다는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아요. 가끔 민망할 때도 있지만 너무나 감사하죠. 다만 배우는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외모 때문에 아예 선택지에서 빠지는 일도 있었어요. 그런 건 손해 아닌 손해죠. 제가 깨나가야 할 부분 같아요. 




내년 데뷔 20주년, "내 점수는 40점"여러모로 이번 프로젝트 앨범은 남규리를 다시 보여줄 좋은 기회겠네요. 

음악적으로나 저의 색다른 얼굴을 자주 보여줄 수 있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 이 프로젝트 굉장히 용기를 낸 거예요. 어깨가 무거워요. '잘할 수 있어. 아자!’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다가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공존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씨야의 '슬픈 발걸음’을 만든 박근태 작곡가가 이번에 프로듀싱을 했잖아요. 녹음하며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예전에는 녹음하고 인사하고 바로 집에 가야 할 정도로 바빴고, 이번에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예전에 비해 톤이 좋아졌고 많이 자연스러워졌대요. 이렇게 칭찬해주실 때도 있지만, 칭찬을 받았다고 해서 또 안심할 수가 없어요. 박근태 작곡가님은 완벽한 걸 좋아하고, 제가 보기에 천재예요. 어떤 날은 녹음 시작하고 30분 만에 오늘은 안 되겠다고, 가라고, 3주 후에 보자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럼 그 3주 동안 저는 마음 졸이고 있는 거예요. 하하.
그래도 노래 실컷 부르니 좋지 않나요. 음악 방송 무대에도 서나요.
좋으면서도 너무 긴장돼요. 음악 방송 무대에 한 번 정도 설 계획인데, 음악 방송은 거의 15~16년 만에 나가는 거예요. 게다가 혼자는 처음이고요. 요즘 아이돌들이 저를 알까요. 모를 수도 있을 듯하고, 몰라도 괜찮아요. 그만큼 가수 활동을 안 한 지 오래됐잖아요. 그동안 저는 무대가 그립다기보단 그때가 그립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때 무대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결국 무대를 그리워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제가 자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내년이면 벌써 데뷔한 지 20년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활동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인가요.

진짜 열심히 했으니까 활동만으로는 90점인데요. '그때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스러운 부분까지 더해 얘기하자면 40점이에요. 지금 이것저것 도전하고 있지만, 그때 할 수 있는 게 있고 지금 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뭣 모르고 막 용기 있게 시작할 수 있었을 그때 이런 일들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해요. 씨야 멤버들과도 조금 더 용기 내서 대화라도 해봤으면 어땠을까 싶고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는 건 아니에요. 당시에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씨야로 다시 뭉쳐 컴백할 생각도 있나요.
열려 있긴 한데, 저나 멤버들을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씨야가 잘됐던 데는 팬들 덕분이 70%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개인의 상황을 떠나 어떻게든, 언제가 되더라도 팬들에게 보답해야 하는 부분이 크죠. 만약 셋이 모일 만한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해야 하지 않나, 이 사랑을 저도 돌려드려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 안에서 우리도 엄청난 감동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선순환 아니겠어요.  
앞으로 해야 할 도전이 많네요. 연애와 결혼은 어때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잖아요.
제 주변에도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이 많아요. 절친도 결혼했어요. 한때는 저도 결혼해서 친구들처럼 살고 싶단 생각을 했던 적도 있는데요. 일단 지금은 혼자 있는 상태가 너무 좋아졌어요. 더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예전과 달리 제가 직접 홍보도 나서야 하고요. 유튜브를 시작했더니 할 일이 어찌나 많은지, 진짜 친구 만나서 커피 마실 에너지조차 없어요. 어떤 날은 전화 통화할 힘도 없어서 나중에 전화한다고 해놓고 며칠 지나서 할 때도 있어요. 지금 전 모든 포커스가 다 일에 맞춰져 있어서 뭘 더 생각할 수도 없는 상태예요. 연애는 감정 소모가 있잖아요. 누구에게 마음을 쓸 여유가 1도 없어요.
그럼 진짜 도전하고 싶은 건 뭔가요.
일이요! 일을 조금 더 제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요. 제가 추구하는 모습이 언제 나올진 모르지만, 스스로가 만나고 싶은 모습을 지금부터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지금만이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물리적으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느낌이 살지 않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더 늦기 전에 보여드리고 싶어요. 결혼은 할 때 되면 하겠죠. 전 연애와 결혼에 관해서는 운명론자예요. 아니면 그냥 혼자 사는 것도 좋아요. 요즘 혼자 사는 사람 많잖아요. 나중에 혼자인 친구, 언니들 있으면 같은 동네에 모여 살자고 했어요(웃음).  
#남규리 #씨야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장소협찬 어바웃프로젝트라운지
윤혜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