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신안군이 해상풍력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해상풍력 1번지'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 등을 내용으로 한 '에너지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관련 에너지 제도와 사업 등도 정부 주도 하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 특별법이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만큼 해당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풍력발전 지구 내에서 필요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해상풍력사업으로 전환 시 사업자 선정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조항도효성오앤비 주식
명시됐다. 

전라남도와 신안군은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35년까지 30GW급 초대형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비전과 함께 주민참여형 수익 공유 모델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 시작이 되고 있는 신안군을 찾아 변화의 현장을 둘러봤다.



10일선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9㎞ 해역에 조성중인 '전남해상풍력 1단지'. 김양배 기자


해상풍력 '바람을 전기로'신안 자은도에 도착하자마자 뺨을 스치는 바람의 속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오랜만에 맞는 바닷바람에 놀란 것도 잠시, 망망대해의 먼 수평선 너머 블레이드가 천천대진디엠피 주식
히 돌아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은도 북서쪽 약 9㎞ 해상, 수심 10~20m의 얕은 바다에 줄지어 선 10기의 해상풍력 터빈. 지난 5월16일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개시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의 모습이다. 하루 평균 91만3000kwh를 뽑아내는 이 단지의 발전량은 연간 기준 평균 9만 가구가 쓸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동일 전황금성갈갈이
력을 석탄으로 태웠을 때와 비교하면 연 24만 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해상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블레이드의 모습을 처음 봐서일까. 블레이드가 바람을 가르며 내는 낮은 '웅~' 소리가 파도 소리 위로 겹쳐 나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자연의 바람이 어떻게 전기로 바뀌게 되는 걸까, 경이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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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전기로 바뀌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바람이 블레이드를 밀어 회전력이 생기면 주축을 따라 나셀 내부의 발전기가 돌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힘이 전기에너지로 변환된다. 생산된 전력은 해상 변전소에 모여 승압 과정을 거친 후 해저케이블을 따라 육지로 들어와 국가 전력망에 연계돼 각 가정, 회사, 공장 등의 전력으로 쓰인다. 

한편 자은도 해상에 위치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는 SK이노베이션 E&S(51%)와 덴마크 투자사 CIP(49%)가 합작해 설립한 법인인 전남해상풍력㈜로 지난 2017년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2024년 말까지 9.6MW급 터빈 10기를 설치했다. 전체 용량은 96MW 규모로, 기자재와 설치 장비의 약 75%를 국내 기업과 협력해 조달했으며, 국내 해상풍력에서는 처음으로 모노파일 하부구조물을 적용했다. 법인은 앞으로 2·3단지(각 399MW)를 2027년 이후 순차적으로 건설해 2031년까지 총 약 900MW로 확장할 계획이다. 




신안군 관계자가 지난 2023년 임자도 진리마을에서 주민들에게 햇빛연금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햇빛부터 바람까지…연금으로 상생 도모이러한 해상풍력 사업의 확대는 햇빛연금을 바탕으로 한 지역 주민과의 상생과 지방 경제 활성화, 인구 증가세 등 성과가 주효했다.
햇빛연금은 신안군이 지난 201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해 발전소 법인 자기자본의 30% 이상, 또는 총사업비의 4% 이상을 주민이 지분·채권·펀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한 것으로, 참여 주민에게는 분기별로 배당금이 지급된다.
햇빛연금은 최초 지급해인 2021년 17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39억원, 2023년 78억원, 2024년 82억원 등 급증했으며, 올해 4월 기준 지급 누적 총액은 247억 원에 달하는 등 전체 인구 중 42%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금 지급에 지방소멸의 가속화로 2020년 3만명대로 내려앉으며 지속 감소세를 보인 신안군의 인구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달 31일 기준 신안군 인구는 3만8955명으로 3만8173명이었던 작년 말 대비 2.05%(782명) 늘어났다. 전남 22개 시군 중 20개 시군이 지방소멸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인구 증가세는 이례적인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2024년 12월31일 신안군청 영상회의실에서 이용안 신안우이해상풍력㈜ 대표, 박우량 당시 신안군수,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가 1000억 원 해상풍력 군민펀드 조성 업무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햇빛연금의 성공에 따라 이를 해상풍력에도 적용한 '바람연금'도 오는 10월 처음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신안군은 총 8.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가 완성될 경우 군민 1인당 월 50만 원 수준의 '에너지연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안군은 지난해 12월31일 전국 최초로 1000억 원 규모의 해상풍력 신안군민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신안군민펀드 모델 설계 및 운용 △신안군민펀드 가입자에 조달금리 제공 △펀드 홍보 및 조성에 따른 행정적 지원 등으로, 이들은 이를 통해 수익률 연 13%의 펀드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신안군은 햇빛연금을 기반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인정받아 뉴질랜드에서 열린 '그린월드 어워즈(Green World Awards)'에서 그린에너지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환경 분야의 오스카로 불리는 '그린월드 어워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혁신적인 노력과 성과를 보여준 정부와 기업·단체에 주어지는 상이다.
어업인과의 상생안 마련 '과제'그러나 안정적인 해상풍력단지의 운영 및 확대를 위해서는 어업인의 생존권 위협 문제 등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실제 신안해상풍력 단지는 연안에서 조업하는 뻗침대자망 어선의 91.3%가 조업공간과 겹쳐 논란이 됐다. 2023년 당시 자은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던 어민들은 조업 구역에 케이블이 지나가면서 그물 설치가 불가능해졌으며, 이는 단순한 조업 불편이 아닌 생존권 박탈이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해저 송전선 매설 해역을 둘러싼 어업권 보상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상풍력단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 갈등 조정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및 민간 차원의 협의체 활성화, 행정의 중재 기능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용춘 한국수산자원연구소장은 "해상풍력특별법은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인허가 절차 및 기간 단축을 골자로 추진되고 있으나, 수산업 보호와 보상 관련 규정이 미흡한데다 주민 수용성 확보에 필수적인 어업인 보상과 참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표자 선정이 사업자와의 친분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실질적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수록 주민 간 불신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척 어민에게는 해상풍력 산업 우선 취업을, 구조조정을 원치 않는 어민에게는 개별 협의를 통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나아가 보상 기준을 법에 명시하고, 채권이 아닌 지분 참여 방식으로 주민 참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소장은 "무엇보다 해상풍력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업인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수용성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과 투명한 정보 공유, 실질적 보상 기준 마련과 주민과의 동등한 이익 공유를 통한 사회적 합의 모델 수립 등이 자리잡아야 '해상풍력법'이 진정한 '해상풍력-어업 상생법'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