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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이슬람 성원을 40년간 지켜오다 19일 별세한 학압두 이맘./학살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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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양대 명절인 이드알 피트르(라마단의 끝)와 이드알 아드하(희생제)가 아닌 평일에 이렇게 사람이 몰린 건 전례가 없었다. 이곳에서 예배를 집전해온 학압두(84) 이맘의 장례 예배에 참석하려는 조문객들이었다. 본명이 압둘 와합 자이드인 그는 전주 이슬람 성원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이곳을 지켜온 터줏대감으로 2005년 귀화한 시리아계페이퍼코리아 주식
한국인이다. 앞서 그는 전날인 19일 정오무렵 세상을 떠났다. 장례 예식은 최대한 24시간 이내에 간소하게 치르도록 하는 이슬랍 율법에 따라 치러졌고,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시리아 출신 부인의 곁에 잠들었다.



1985년 건립된 전주 이슬람성원은 한옥기와와 처마를 도입아시아나항공 주식
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전북특별자치도 블로그


학압두는 이슬람교의 한국 전파와 한국·중동 관계를 지켜본 산 증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오일 머니 의존도가 높았던 1970~1980년대 한국을 새로운 선교지역으로 주목한 사우디·쿠웨이트·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의 지원으로 곳곳에 모스크가 지어지고 선교 인선물야간시장
력이 파견됐다. 귀국한 중동 근로자들중에서도 현지 체류를 계기로 자발적으로 입교하면서 자생적인 한국 무슬림 커뮤니티가 형성돼갔다. 이런 흐름 속에 서울·부산·경기도 광주에 이어 네번째로 전북 전주에 이집트 사업가의 후원으로 모스크가 문을 열었다. 특히 민속예술의 고향임을 감안하여 이슬람식의 돔 건축양식에 한국식 한옥 기와지붕을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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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압두 이맘은 한국에서 40년 거주하며 이슬람을 전파해온 시리아 출신 귀화 한국인이다./학살레 제공


그리고 시리아 출신의 40대 초반의 촉망받는 이슬람 신학자 압둘 와합 자이드가 가족들과 함께 전주에 정착했다. 호남의 유일한 이슬람 성원이었다. 한옥 기와지붕과 돔 지붕을 얹은 모스크에서 하루 다섯 차례 예배가 열렸고, 중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은 향수를 달래며 코리안 드림을 일궜다. 2000년 이후에는 호남·충청권 대학으로 유학온 무슬림 학생들까지 가세했다. 그는 전주 성원을 이끌면서 40여권의 이슬람 신앙 소개서도 저술했다. 한옥 기와를 얹은 전주의 모스크는 골목 여행 명소로 입소문을 탔고, 전라북도 블로그와 아리랑 TV등의 매체에도 소개되면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돔과 기와지붕을 혼합한 전주 이슬람성원./전북특별자치도 블로그


좋은 관심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극단주의자의 테러, 테러와의 전쟁 소식이 들릴때마다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은 한국 내 무슬림 사회와 모스크로 쏠리는 상황을 주기적으로 맞았다. 전주에서 많은 이들과 동고동락했던 그는 2005년 슬하 일곱 아들 중 막내와 함께 한국국적을 얻고 한국인이 됐다. 아랍어 이름을 한국식으로 변용한 이름이 학압두. 평생토록 배운다는 의미에서 배울 학(學)을 한자로 삼았다. 이 귀화로 그는 ‘전주 학씨’의 시조가 됐다. 전주 학씨는 아들 학살레(48)씨와 그 자녀들을 통해 3대째 이어지고 있다. 학살레씨는 “아버지는 스무해 넘게 거주한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게 됐고, 한국인 무슬림들과 더 깊이 유대하기 위해 귀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골목여행지로 떠오른 전주이슬람성원./전북특별자치도 블로그


그는 2006년을 끝으로 고향 시리아에 더는 가지 못했다. 한 때 개방적이고 세련된 이슬람 국가로 유명했던 시리아는 하페즈 알아사드·바샤르 알아사드 부자의 반세기 독재를 거치며 인권탄압국가로 지탄을 받았다. 평소 고향의 정치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던 학압두 이맘은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되고 내전이 종식됐다는 소식에 “시리아 국민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를 되찾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전했다. 건립 40년을 맞으면서 한때 푸르렀던 전주 모스크의 기와는 군데 군데 벗겨지고 단아하게 들어올린 처마도 빛이 바랬다. 세계에서 단 하나 뿐인 한옥 퓨전 모스크의 미래와 관련해 한국이슬람교 관계자는 “고인의 뒤를 이어 이곳을 담당할 사람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