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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책으론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재구조화 등을 도모하기 위해 ‘PF 정상화 펀드’ 등 각종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공사비 원가 상승이 멈추지 않으면서 건설사가 PF 대출을 대위변제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건설사의 자금난에서 촉발된 문제가 시장 위축→주택 공급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토리아시크릿뉴욕
▶건설업계 95% “PF 추가 대책 필요하다”=6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간 주택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으로 가장 필요한 사항’을 묻는 질의에 ‘PF 활성화 대책 강구’라고 응답한 전문가 비율이 20%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주산연은 대형사·중소형사에 소속된 전문가·사업자 64명을 대상으로 은행적금이자율 조사를 진행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그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으로 꼽은 것이다.
주택 사업자 역시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33%)’ 다음으로 ‘꽉 막힌 브리지론과 PF시장 정상화’(22%)를 언급한 비중이 두 번째로 높았다. 일단 대출 규제를 완화해 수요를 증진시키고, 또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자금 대구 직장 조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77%가 PF 활성화를 위한 기존 정부 대책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거의 응답자 전체(95%)가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 ▷PF 정상화 펀드 ▷사업자보증 추가 확대 ▷시장안정 및 건설사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 저축은행무직자대출 권(P-CBO) 등 기존의 대책에 더해 PF 위기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실제 건설현장에선 여전히 많은 시행사·시공사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연구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대부분의 주택건설사업 착수를 위해서는 토지매입 농협시중은행 ·인허가를 위한 브리지론, 착공·분양을 위한 PF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에서 PF 활성화 대책을 시행중이나 건전성 강화를 위한 대출규제와 충당금 강화, 최소 자기자본 비율 등으로 실제 운용실적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자금난 빠진 시행사…급기야 시공사가 ‘대위변제’ 나서=실제 전국 각지에선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시행사가 자금난에 빠져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가 PF대출을 대위변제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중이다.
대형 시공사인 D건설은 이천 대월면의 물류센터 공사를 맡았다가 시행사가 파산신청을 하자 122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인수해 현재 직접 운영 중이다. K건설도 지난해 경기 수원의 한 오피스텔 신축사업의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시행사로부터 612억원의 PF 대출 채무를 인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가 지불해야 할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PF 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4.4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3.42%) 대비 1.07%p(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토지담보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28.05%을 기록해 같은 기간 6.34%포인트 급증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건설사에게 PF대출 대위변제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며 “기존 정책의 효과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 “자금난→공급난으로 이어져…자기자본비율 규제도 완화해야”=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결국엔 주택의 공급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금난에 빠진 시공사는 신규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고, 이에 결과적으론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업착수에 필요한 브리지론(착공 전 단기대출)이 막히면서 당장 인허가 단계부터 막혀버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막히면 착공을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당장 인허가를 받기 어려운데 어떻게 주택사업에 착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주택공급을 위한 방안으로 주택금융 공공기관의 보증 확대 및 자기자본비율 규제 완화 등을 호소하고 있다.
김덕례 실장은 “이자제한법을 회피하는 20여 종의 수수료와 불법 선배당 등을 시정해야 한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재원 운용 및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여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20%를 넘어야 PF 대출을 시행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급 위축’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여타 선진국은 민간사업 PF에 대한 자기자본 규제가 없고, 우리나라 공공사업 임대형민간투자사업(BTL)도 자기자본비율은 5~15%에 불과하다”며 “수도권 과밀억제건역 등 주택 공급 부족이 심한 지역에선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에 한해 자기자본비율을 10%로 완화해주는 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