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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안암오거리 교차로 인근의 오래된 상가 지하. 문을 열면 순댓국과 제육볶음 냄새가 나고 흡연실에서 담배 연기가 조금씩 새어 나오던 곳이다. 식당 전엔 노래방과 술집이었던 장소. 이달 초부터 그 자리에 찬양과 기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캠퍼스 선교단체 빚진자들선교회(DSM) 서울2지구의 새 회관이 같은 자리에 들어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페인트 냄새가 따라왔다. 문을 열자 LED 조명 아래 석고보드를 덧댄 흰 벽과 흰색 장판으로 꾸며진 밝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메뉴판 자국이 남은 곳은 서브프라임대책 거울로 가려졌다. 주방이었던 곳엔 십자가가 걸렸고, 흡연실은 간사실로 리모델링됐다. 1981년 국내에서 창립된 DSM은 학원복음화협의회에 소속된 초교파 캠퍼스 선교단체다.



리모델링을 마친 새 회관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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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회에 회관 이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예배 인원이 늘고 공간이 한계에 이르면서 이전이 불가피했다. 장남주 DSM 간사는 옛 회관을 떠나야 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전 처소는 천장에서 비가 새고, 바닥에선 곰팡내가 올라오는 곳이었어요. 나무 바닥이 썩어서 푹 꺼진 자리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너무 정부 햇살론 비좁았어요. 66㎡(20평) 남짓한 공간에 60명이 모였으니까요.”
한데 이전을 하려면 물질이 필요했다. 옛 회관보다 2배쯤 넓고 월세도 적당한 상가 지하 공간을 구했으나 인테리어 업체에서 리모델링비로 5000만원을 불렀다. 선교단체 자체 재정만으론 부담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선교회는 고민 끝에 학생들과 1000만원을 목표로 모금을 해보 여신금융협회 카드매출 기로 했다. 이름은 ‘느헤미야 프로젝트’. 무너진 성벽을 다시 세운 구약의 느헤미야처럼 예배의 터를 세워보자는 뜻을 담았다.
프로젝트엔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가 십시일반으로 참여했다. 대학생들은 용돈과 과외비, 군대에서 모았던 월급에서 후원금을 떼 마음을 모았고 회관 이전 소식을 들은 학부모와 졸업생들도 후원금을 전했다. 그렇게 후원 계 내생에첫주택 좌에 2000만원이 모였다.
학생들의 참여는 후원에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은 인건비를 아끼자고 의견을 모은 뒤 8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직접 리모델링 작업에 나섰다. 전문 공정은 외부에 의뢰하고, 자재를 나르거나 먼지를 쓸어 담는 허드렛일은 학생들이 도맡았다.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4학년 장희원(22)씨는 “오전 7시부터 짧게는 1시간, 길게는 4시간씩 거의 매일 자재를 옮기고 청소했다”며 “마지막 이틀엔 옛 회관 철거까지 해야 해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느헤미야 프로젝트 참여 이유를 묻자, 고려대 심리학부 4학년 이혜주(22)씨는 “선배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후배들에게도 남기고 싶었다”며 “선배 세대가 마련해준 회관에서 신앙생활을 했고, 많은 사랑과 돌봄을 받은 것처럼 후배들도 그 사랑을 누렸으면 했다”고 답했다. 캠퍼스 선교단체 사역에 대해선 “새내기 한 명 한 명이 들어와서 복음을 듣고 삶이 변화되는 걸 본다”며 “학교 전체를 변화시키는 건 어렵겠지만 한 영혼을 바라보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사역”이라고 말했다.
새 회관은 아직 정돈 중이다. 현관엔 신발장을 대신할 신문지가 깔려 있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아 컴퓨터 파일을 옮길 땐 USB를 써야 한다. 하지만 지난 17일 만난 학생들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자재를 옮겼던 기억을 나누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학생이 이곳에서 하나님을 만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 간사는 “청년들이 교회와 종교에 거리감을 느끼면서 캠퍼스 복음 전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옛 회관에선 엄두도 못 냈던 사역들을 하나씩 해보려 한다. 이곳에서 캠퍼스 복음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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