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서촌 유스퀘이크에 문을 연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공간 앞에 사전 예약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제공


한 14세 중학생이 부모님과 이별한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냈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당시의 감정을 써 내려가면서 글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했다. 한 78세 노인은 수차례 도전 끝에 '작가'가 됐다. 그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작가로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 몰린 작가 10만여명…인기책 매출 470억원
숏폼 콘텐츠가 넘쳐나는데도 꿋꿋하게 긴 글을 고집하는 작가만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0일 카카오 출판·창작 플랫폼 브런치스토리에 따르ELS원금보장형
면 약 9만5000명이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그간 1분마다 글 2개씩 선보이면서 책 1만권을 출간했다. 이 가운데 베스트셀러 톱(Top)10 판매액만 470억원. 440만명이 이들의 글을 보기 위해 브런치로 몰렸다. 
글을 찾는 발길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브런치스토리 세 번째 팝업 스토어가 처음 문을 연 지난 16일오공 주식
오전 서울 종로구 서촌 유스퀘이크엔 '오픈런'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사전 예약자 100명이 몰려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같은 날 오후 5시30분쯤에도 1~3층으로 나뉜 팝업 안엔 60여명이 방문한 상태였다. 



지난 16일 오후 동서 주식
서울 종로구 서촌 유스퀘이크에 마련된 카카오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3층 공간 '작가의 브런치'에서 방문객들이 글을 쓰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작년 팝업, 목표인원 2배 방문…올해도 발길 이어져 
브런치스토리 팝업은 긴 글과 호흡하는 방문객들을 꾸준히 끌어모았릴게임임대
다. 2019년 '작가의 서랍'이란 주제로 꾸려진 첫 팝업에선 브런치 사용자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작품들을 전면 배치했다. 지난해 팝업은 브런치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한 이들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가의 여정'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엔 카카오가 목표로 정했던 목표 방문자 수보다 2배 더 많은 인원이 팝업을 찾았다. 
올해는 누구바다이야기모바일
나 작가를 꿈꾸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더 폭넓은 주제를 내걸었다. 실제로 이곳에선 100명의 작가들이 처음 글을 쓰게 된 과정을 담은 전시공간도 마련됐다. 
고등학교에서 자동차과를 전공하는 김정우 군(17)은 지난해 팝업을 찾았던 일을 계기로 작가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누구나 글로 꿈을 피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전시공간 '꿈의 저원'에 실린 공모작 당선자 100명 중 한 명으로 방문객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글을 대하는 문턱을 낮추면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팝업 운영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9일 오후엔 첫날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려 있었다. 일일이 세지 않더라도 한 눈에 띌 정도였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촌 유스퀘이크에 마련된 카카오 브런치 10주년 전시 '작가의 꿈' 공간 모습. 사진=김대영 기자


브런치 담당자들 메모엔 "작가에게 기회 연결"
전시공간은 브런치를 기획한 담당자들의 구상 단계를 엿보고 작가들이 첫걸음을 내딛는 시작을 보여주는 '꿈의 승강장'으로 시작된다. 이들의 메모 속엔 "B급 유머나 정신 없는 블로그"보다 진지하게 써내려간 글, 책과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엮어 '작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연결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뒤이어 보이는 '내면의 방'에선 "내 글이 재미있을까",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등의 스스로를 갉아먹는 질문들을 극복할 문장으로 방문객들을 격려한다. 벽에는 '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을까'란 문장이 적혀 있는데 아래쪽 빈공간을 빛으로 비추면 "글쓰기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거나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응원글이 나타난다. 
정우 군의 글이 전시된 '꿈의 정원'에선 브런치 작가들이 글을 쓸 때 활용하는 물건과 역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100권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브런치스토리 사업을 담당하는 오성진 카카오 브런치 파트장은 이 공간을 가장 강조하고 싶은 곳으로 꼽기도 했다. 
마지막 3층 '작가의 브런치' 공간은 영감을 주는 질문들을 골라 직접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됐다. 첫날 이곳을 찾았을 땐 10여명이 각자 마음에 드는 질문을 골라 답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이들은 "언젠가 꼭 글로 남기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 그곳에서 당신은 어떤 장면을 그리고 싶다"와 같이 글을 시작할 수 있는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했다.



오성진 카카오 브런치 파트장. 사진=카카오 제공


"누구나 작가 될 수 있어…글로써 뭐든 가능" 
카카오는 '텍스트힙'이란 용어가 나오기도 전인 2015년 처음 브런치스토리를 선보였다. 텍스트힙 열풍이 불면서 브런치스토리가 한층 더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출판업계에선 양질의 콘텐츠를 찾는 필수 코스로도 꼽혔다. 
한 브런치 작가는 팝업을 다녀온 이후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아이돌 팝업처럼 많은 스태프분들이 나와 있어어 놀랐다, 강남의 유명 클럽 느낌도 난다"며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은 꿈에 이르기 위해 서로를 독려하는 과정이란 뜻으로 생각한다"는 후기를 남겼다. 
오 파트장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브런치 작가에 몇 번 낙방하다 합격했던 78세 어르신은 '나이보다 꿈'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매듭을 지으시기도 하고 (꿈의 정원에 전시한) 100편을 선정하면서 새벽에 글을 읽다 울컥하는 일이 많았다"며 "올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글로써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