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고서라도 구경하고 싶은 공동묘지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인기가 높다면 말이다. 캐나다 핼리팩스 도심을 걷다 보면, 1749년에 조성된 ‘올드 베리잉 그라운드’라는 오래된 묘지와 마주친다. 이 공간은 도심에 아무런 위화감 없이 스며들어 있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샌드위치나 커피를 들고 묘지 벤치에 앉고, 주말엔 책을 읽으며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다. 기업들이 들어선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각종 카페와 상점들이 밀집한 가장 번화한 곳에, 묘지는 마치 오래된 공원처럼 당연한 도심의 풍경으로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묘지가 보인다는 이유로 집값이 떨어지거나 이사 소동이 벌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 가꾸어진 녹지와 도심 속 고요함이 주거의 매력으로 여겨진다. 삶과 죽음이 1억대출은행이자 분리되지 않고 공존하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것이다. 죽음 내지는 죽은 자의 공간을 대하는 시선이 도시 공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묘지는 여전히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다. 집 창밖으로 무덤이 보이면 ‘재수 없다’라며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이러한 정서의 뿌리는 깊다. 전통 풍수지리에서는 산 사람의 공간 카드사 종류 인 ‘양택’(陽宅)과 죽은 자의 공간인 ‘음택’(陰宅)을 엄격히 구분했고, 집에서 무덤이 보이면 음의 기운이 양의 기운을 해쳐 생기가 끊긴다고 믿었다. 불교와 유교의 장례 관습이 산지(山地)를 선호하는 경향과 맞물리면서 묘지는 자연스레 산속으로 밀려났다. 여기에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묘지는 시민들의 일상 동선에서 완벽하게 비켜난, 격리된 공간이 되 개인회생제 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때 인근 봉분은 분양에 큰 걸림돌이 되기에, 개발업체들은 묘지를 이전시키거나 높은 차단벽을 세우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는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수목장이나 납골당 역시 도시 외곽에 자리 잡아, 결국 죽은 자의 공간을 일상으로부터 멀리 두려는 기존의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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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럽에서는 공동체의 중심인 교회가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기에, 묘지 역시 마을 한 중심에서 삶의 연장선에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언제든 들를 수 있고, 집 창문 너머로도 보이는 공동묘지가 익숙한 도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다고 유럽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아름다운 정원형 저축은행중앙회 묘지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18세기 파리는 인구 급증으로 교회 부속 묘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묘지에서 흘러나온 오염물과 악취가 도시를 뒤덮었고, 전염병의 온상이 된다는 소문은 시민들을 극도의 공포로 밀어 넣었다. 결국 1786년, 도심 한복판의 ‘레 이노상’ 묘지가 폐쇄되고 수백만 구의 유해가 오늘날의 지하 카타콤으로 이장되었다. 바로 이 ‘추방’의 과정에서 역설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살아 있는 시민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원형 묘지’(Garden Cemetery)가 탄생한 것이다. 1804년 나폴레옹의 명으로 조성된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는 그 상징적 출발점이다. 당시 산업화의 소음과 공해로 신음하던 파리 시민들은 숨 쉴 수 있는 녹지를 갈망했다. 동시에 유럽을 휩쓴 낭만주의 사조는 자연을 동경하고, 죽음을 공포가 아닌 숭고한 사색의 대상으로 재해석하게 했다. 도시 환경의 위기와 새로운 시대정신이 만나면서, 묘지는 혐오 시설에서 문화적·정서적 공존의 공간으로 극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그 결과, 페르 라셰즈는 44헥타르에 달하는 파리의 거대한 녹색 허파로 자리 잡았고, 연간 약 350만명이 찾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묘지로 성장했다. 우리 돈으로 약 2만5000원(15유로)을 내고서라도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다. 방문객들은 쇼팽,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등 역사적 인물들의 묘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수백년 된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사색에 잠긴다. “죽음을 보러 왔는데, 오히려 내 삶이 더 자유롭게 다가왔다”라는 한 방문객의 후기는 이곳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파리의 성공은 북미의 ‘정원 묘지’(Rural Cemetery) 운동에도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 1831년 보스턴 인근의 마운트 오번 묘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화로 녹지가 부족했던 신대륙 도시에 공공 공원과 수목원의 역할을 겸한 묘지가 탄생한 것이다. 단순한 공원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묘지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도시 전체의 계획과 철학을 바꿔놓았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은 도시는 시민에게 또 다른 인식의 풍요로움을 제공한다. 우리가 생각할 지점이 명확해진다. 욕실의 역사를 보자. 한때 집 밖의 불결한 공간이던 화장실은 오늘날 차를 마시고, 책을 볼 수 있는 안락한 쉼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묘지도 그렇다. 혐오의 언어로 격리하고 감출수록, 죽음은 더욱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된다. 반대로 우리 삶의 동선과 맞닿게 만들면, 죽음은 일상의 의미를 일깨우는 스승이 될 수 있다. 산속 선영과 풍수의 미학을 고려하여, 서구의 모델을 넘어 우리만의 창의적인 공존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21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선진 17개국 중 한국은 ‘삶의 의미’의 원천으로 물질적 안녕을 꼽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죽은 자의 공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역설적으로 ‘오늘,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의 소비와 축적에만 집착하게 한 것은 아닐까. 존재의 유한성을 외면할 때, 삶은 깊이는 얕아지고, 불안한 물질주의에 잠식당하기 쉽다. 묘지를 일상으로 되돌리는 일은 단순히 장묘문화를 바꾸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철학적 전환의 시작이자 도심의 풍경을 바꾸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계획이다. 생과 사가 삶의 일부로 녹아질 때, 우리의 도시는 비로소 더 깊고 풍요로운 인간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