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을 공동 연출한 김주영(왼쪽),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프레임을 만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가리왕산 복원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다. 2018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가리왕산이 파괴된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이달 1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장 건설로 훼손된 가리왕산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김주영·코메일 소헤일리(40)감독은 고수클럽
주로 환경 문제를 다뤄온 동갑내기 부부다.
이들은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3년 반 동안 최선을 다해 모든 걸 갈아 넣어 만들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올림픽뿐 아니라 전국 난개발 문제를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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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스키 경기장 건설을 위해 깎아낸 가리왕산의 모습. 시네마달 제공





김주영 감독은 "시민단체가 설치한 카메라에서 사슴이 지나다니던 자리를 차가 지나다니기 시작한 영상이 찍혔다"며 "이를 보고 우리가 그들의 땅을 침범했다개미왕국포션
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시몬 기자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오다 2019년부터 다큐멘터리 분야에 뛰어들었으며 이번이 첫 장편 연출이다. 이란 출신의 코메일 감독은 5년간 세계 각지를 돌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 2017년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서 공부하며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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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가리왕산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건 2018년 무렵이다. 당시 제주 제2공항 문제를 다룬 '7개의 관문'을 작업 중이라 가리왕산 문제까지 파헤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2022년 봄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7개의 관문을 본 최중기 산과자연의친구 고문으로부터 "가리왕산 영화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기획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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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오른쪽),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의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시몬 기자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최대 원시림 중 하나다. 2008년에는 식물 유전자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정부는 '원형 복원'을 전제로 일부 개발을 허용했지만 개발 논리에 밀려 복원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천년의 숲은 파괴됐다. 영화는 가리왕산을 서식지로 삼는 야생동물들, 그들의 서식지가 파괴된 현장, 관련 공무원과 주민들의 인터뷰를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이들은 "일방적 소통이 아닌, 복원을 반대하는 주민과 공무원의 목소리를 균등하게 담으려 했다"며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리왕산에 사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인해 파괴됐다. 시네마 달 제공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은 "가리왕산 문제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며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알게 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몬 기자


"영화 제작 시 어려웠던 점은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시점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는 것이다. 산과자연의친구가 보관해온 영상·사진 자료를 현장 촬영분과 연결해야 했다. 작품 속 야생동물 영상은 대부분 시민단체와 연구자들로부터 제공받았다."
영화 해설(내레이션)은 가수이자 예술가인 솔비가 맡았다. 사이버 괴롭힘을 다룬 코메일 감독의 '페인팅 스루 페인(Painting Through Pain)' 작업을 함께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솔비는 자신을 괴롭힌 악성댓글 등으로 받은 상처를 예술 작품에 녹였고, 이러한 내용은 페인팅 스루 페인에도 담겼다.



김주영(오른쪽),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가리왕산 복원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영화는 나아가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준비 과정에도 주목한다. 이들은 "개발에 대한 판타지가 가져오는 파괴는 오로지 올림픽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제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 깊게 들여다 봐야 한다. 이 같은 방식의 경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