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020년 11월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칼 앞에서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의 조원태 회장 직접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7년 전, 저는 ‘대한항공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였습니다. 진실을 말한 제가 조직에서 고립됐고 ‘문제 직원’으로 낙인찍히는 현실 속에서, 저는 단지 살아남고 싶었습니다.”
대한항공 여성노동자 장유정(가명)씨의 말이다. 7년여 싸움 끝에 직장 모바일야마토 내 성폭력과 2차 가해에 대한 사업주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끌어낸 그가, ‘제12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을 받았다.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9일 저녁 서울 중구 공간채비에서 시상식 ‘침묵을 깨는 용기, 새로운 항로를 열다’와 토크쇼를 주최했다. 수상자인 유정씨는 항공업계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여성노동자이고 오션릴게임 대한항공 직원이다. 그는 2017년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고 회사에 신고했지만, 회사는 별도의 조사나 징계 없이 가해자를 ‘사직 처리’했다. 유정씨는 2020년 회사를 상대로 성범죄 방지 주의 의무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4년여의 법정 다툼 끝에 회사에 책임을 묻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바다이야기꽁머니 1심은 대한항공에 성범죄 방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만 물어 1500만원 배상 판결을 했으나, 2심에서는 관리·감독 책임까지 인정해 배상액이 1800만원으로 늘렸다. 회사의 연이은 상소로 상고심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가해자 무징계 사직 관행’의 위법성과 ‘2차 가해 방관’의 사 릴게임손오공 용자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다.
‘제12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심사위원단’은 “법은 사업주가 성희롱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며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사라져 가던 법의 정신을 되살린 사람이 바로 수상자”라며 “이 판결은 수상자의 용기 있는 문제 제기와 끈질긴 투쟁이 있었 야마토게임장 기에 가능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이 판결은 성희롱 피해자들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회사에 맞서 ‘진지한 대응’과 ‘성실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마련했다”고 했다.
최순영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공동대표도 “장유정님의 싸움은 한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일터 문화를 바꾸는 과정이었다. 이번 판결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2014년 제정된 김경숙상은 1979년 와이에이치(YH)무역 노동조합 여성노동자로서 회사의 위장 폐업 반대 농성을 벌이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 과정에서 숨진 김경숙 열사의 뜻을 기리는 상이다.



19일 열린 ‘제12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시상식’에서 최순영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유정씨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직장 내 성폭력은 개인이 저지르지만, 그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침묵은 조직이 만든다. 그리고 그 침묵은 언제나, 다음 피해자를 준비시킨다”며 “그래서 저는 멈추기로 했다. 그 멈춤이 바로 싸움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책임은 거창한 문구에 있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곳에 있다. 피해자가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 사람의 이름이 불릴 때 고개를 들고 당당히 ‘예’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진짜 책무”라고 강조했다.
유정씨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및 사업주의 부적절한 대처로 인한 업무상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요양기간을 가진 뒤, 지난 4월 직장에 복귀했다. ‘성폭력 경력단절’이라고 부를 정도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다수가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는 현실에서, “‘피해자의 복귀는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어야 한다는 확신 하나로” 또 다른 용기를 낸 것이다.
그는 이날 “(피해자의) 사업장 복귀가 ‘용기’가 아닌 ‘상식’이 되는 사회, 다음 세대의 여성노동자들이 더이상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제 힘을 보탤 것”이라며 “저는 내일도 출근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유정씨는 복귀 과정에서도 사쪽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조치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고 있다.
시상식에 이은 토크쇼에서는 유정씨에게 ‘투쟁의 동력’이 되어준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이하 고평실) 이야기도 수차례 언급됐다. 고평실은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등 피해를 당한 노동자에게 특화된 상담 서비스로, 정부는 2000년부터 민간위탁으로 운영해왔다. 유정씨도 서울여성노동자회 고평실을 찾아 상담, 법률 동행 등 지원을 받았다. 유정씨는 “저와 같이 (회사를 상대로 싸워) 승리한 피해자도 고평실 같은 상담기관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서울여성노동자회를 포함한 전국 19개 고평실의 2024년도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야 2026년도 예산이 일부 복원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다. 유정씨를 지원해온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토크쇼에서 “(윤 정부 시기 민간 고평실 대신) 지방 고용노동청에서 상담을 직접 맡았는데, 성폭력·성차별 상담 비율이 줄었다. 여성노동자들이 ‘관’에 가서 상담하기 어려운 주제”라며 “노동자들을 밀착 지원할 수 있는 민간고평실이 제대로 복원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