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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네개, 학생 네명뿐인 교실. 전남 순천시 송광면 한 중학교 3학년의 풍경이다. 아이들은 텅 빈 마을을 바라보며 사라진 장터와 빈집, 떠난 이웃의 흔적을 모았다. 왜 사람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직접 들었다. 교통, 주거, 교육, 돌봄 같은 지역의 문제를 자기 언어로 풀어냈고, 대중교통 확충, 폐교 활용, 공동 육아, 귀농인 지원 같은 대안도 적어 넣었다. 이 내용을 담은 아이들의 그림책은 어른이 되어 다시 송광면으로 돌아온 네명의 친구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여수문화방송 9월24일)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아이들은 잊힌 과거를 불러내 현재의 위기와 연결했고, 돌아올 미래를 상상했다. 미 전세자금대출 연장 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바비 젤리저는 언론을 ‘과거를 불러내고, 현재를 해석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사회적 기억 장치’라 했다. 아이들이 보여준 방식은 지역언론의 역할과 겹친다. 실제로 해남우리신문은 2011년부터 ‘우리 아이가 태어났어요’ 코너를 연재하며 생애의 시작을 공동체의 시간 속에 묶어왔다. 출생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부모의 덕담과 신생아 사진을 싣는 빠른대출문의 단순한 기획이지만,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 시작된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기억의 기록은 외국 언론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20년 5월24일치 1면 전체를 코로나19 사망자 1000명의 이름과 짧은 부고로 채웠다. ‘실리콘밸리의 회계감사관’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한겨레 202 보험가입연령 0년 5월25일) 전국 각지의 지역신문과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삶의 조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들은 우리였다”는 부제를 달았다. 숫자에 파묻힌 공동체의 상실을 개인 삶의 이야기로 되돌려 놓았다.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의 지역일간지 ‘레코 디 베르가모’는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 코로나19 초기 40일 동안 6000명이 숨지자 ‘모든 대구은행주택담보대출금리 삶은 하나의 이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50년대 이후 축적된 부고 32만건을 인공지능과 기자의 검증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올해 8월부터 누구나 이름·지명·시기별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매주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기획도 실었다.(더 픽스, 2025년 8월14일)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니라 애도할 공간이 사라진 공동체를 위한 기억 복원 작업이었다.
고정금리갈아타기 속도에 매몰된 지역언론은 ‘연속된 현재’(perpetual present)에 갇히기 쉽다. 과거의 맥락은 사라지고, 오직 기술이나 사건만 부각된다. 기록은 빨라지는 대신 얕아지고, 공동체의 기억은 뉴스 안에서 지워진다. 그렇기에 지역언론의 책무는 속도 너머에 있다. 마을의 목소리를 차곡차곡 쌓고, 현재의 문제를 맥락화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레코 디 베르가모의 사례처럼 인공지능은 공동체의 기억과 데이터를 연결해 가속할 도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무엇을 기록하고 누구의 목소리를 남길지에 대한 지역언론의 선택이다. 느린 기록의 가치는 공동체의 ‘기억’에 있다.
80여년 전,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필립 그레이엄은 “뉴스는 역사의 초안”이라 말했다.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언론이 써 내려 가는 역사의 초안은 속도의 산물이 아니라 기억의 산물이어야 한다.
송광면 아이들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와 연결하고, 미래를 질문으로 남겼다. 그래서 미래의 상상력을 더해 다시 묻는다. 지역소멸을 고민하던 네 친구는 어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을까. 그 답은 결국 느린 기록 속에서만 찾게 될 것이다.



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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