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11월10일 07시2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툴젠(199800)의 유전자가위 복합체(RNP) 특허 중 1건이 오는 18일부터 미국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이번 특허는 인체에서 사용된 CAS9 RNP 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툴젠은 지난 2023년 영국과 미국에서 출시된 버텍스의 겸상적혈구증후군 및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제 ‘엑사셀’(영국 제품명 ‘카스거비’)에 해당 RNP 기술이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해당 특허가 등록됨에 따라 향후 미국에서 툴젠의 권리를 주 장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된 셈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특허청(USPTO)에 따르면 툴젠은 카스9/RNA 복합체를 이용한 인체 내 유전자 교정 특허의 등록 통지서를 수령, 특허번호가 부여됐다. 특허 발효 시점은 오는 18일부터다.



툴젠이 수령한 특허 등록 통지서. 오는 11월 18일부터 효력이 발생된다고 쓰여있으며 특허 등록번호도 부여받았다. (자료=USPTO)


현재 툴젠은 미국에서 RNP 관련 특허 10개를 출원한 상태다. 이중 3건이 허가 통지(NoA·Notice of Allowance) 단계까지 도달했다. 이번 특허는 허가 통지를 받아 지난달 30일 발행수수료를 납부한 건으로 관련 내용은 이데일리에서도 보도됐다([단독]툴젠, Cas9/RNA 복합체 특허 美 등록 임박). 툴젠이 미국에서 출원한 RNP 특허가 허가 통지 다음 단계인 특허발행통지까지 받아 특허 등록에 가장 가까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이를 시작으로 미국에서도 RNP 관련 특허가 지속 등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특허등록 절차는 크게 △특허출원 △출원 공개 △심사 및 보정 △등록허가통지(NoA) △특허발행통지(Issue Notification) △특허 발효 7단계로 볼 수 있다. 지난해 툴젠은 NoA 단계까지 갔다가 특허 승인 통보가 철회되는 아픔을 겪었다(신제품 소식 알린 셀루메드 주가 ‘껑충’…특허철회 못 뒤집은 툴젠 ‘뚝’[바이오 맥짚 기]). 하지만 이번에는 특허발행통지 단계까지 도달해, 특허등록이 확실시되는 상태다.
툴젠의 카스9 RNP 특허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는 전달자 역할을 하는 리보핵산(RNA)에 절단 효소인 ‘카스9’을 결합해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교정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DNA의 엉뚱한 부분을 자를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유전자가위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표적이탈(off target)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표적에서 벗어난 부분을 자른 후 이 부분을 복구하면 돌연변이가 발생해 암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플라스미드 DNA 방식을 통해 유전자가위를 세포 내로 전달할 때 ‘자르는’ 역할의 카스9 단백질과 ‘타깃 DNA를 찾는’ 가이드 알엔에이(gRNA)를 발현시킨다. 이 과정에서 세포 내로 전달된 플라스미드 DNA가 3일 이상 카스9 단백질을 발현시키게 되는데, 장기간 카스9에 노출되면 표적이탈 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카스9 RNP란 카스9 단백질과 gRNA를 아예 복합체로 만든 뒤 세포 내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 경우 표적이탈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플라스미드 DNA 방식 대신 카스9 RNP 전달방식을 사용한 후 정확성을 측정했더니 표적위치에서의 변이 비율은 기존 방법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비표적위치에서의 변이 비율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9 RNP 방식은 툴젠의 창업자인 김진수 카이스트 교수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최초로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대에서 관련 특허를 출원했는데 현재 해당 특허는 툴젠으로 권리이전된 상태다.
특허 등록 의미는?
이번 특허 등록은 1999년 설립 이래 매출이 미미했던 툴젠이 특허를 통한 수익 창출 시점에 가까워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엑사셀은 글로벌 1호 유전자가위 치료제로 미국 제약사 버텍스와 스위스의 바이오 기업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약물이다. 지난 2023년 11월 영국에서 최초 승인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미국에서도 품목허가를 받았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CVC 그룹 소속인 샤르팡티에 교수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고, 이후 버텍스는 브로드 연구소로부터 크리스퍼 카스9 기술을 이전받은 에디타스메디슨과 계약, 엑사셀과 관련된 로열티를 브로드 연구소와 에디타스메디슨에 지불하고 있다. 엑사셀에 사용된 크리스퍼 카스9 기술에 CVC 그룹과 브로드가 관련돼 있는 것이다. CVC 그룹과 브로드 연구소, 툴젠은 현재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 카스9을 진핵세포에 적용시킨 발명을 두고 저촉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해당 논의에서 제외된 툴젠이 크리스퍼 카스9 기술과 RNP 기술의 특허분쟁 결과에 따라 엑사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툴젠측 주장이다.
툴젠은 지난 4월 영국에서 버텍스와 파트너사인 론자, 로슬린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의 근거가 된 것이 인체 적용된 카스9 RNP 기술이다. 툴젠은 영국에서 먼저 RNP 특허 등록에 성공하고 뒤이어 버텍스에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이번에 미국에서 RNP 특허 등록을 마쳤으므로 향후 미국에서도 버텍스의 엑사셀 판매와 관련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엑사셀이 지난해 1000만 달러(약 145억원)의 매출을 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엑사셀의 1회 투약 비용은 220만 달러(약 32억원)로 한 번의 치료로 영구적인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툴젠이 USPTO에 출원한 RNP 관련 특허 중 널리 사용되는 크리스퍼 RNP 기술로 적용범위가 가장 넓은 것은 진핵세포에 적용한 RNP 기술 관련 특허이고, 이번에 등록된 특허는 인체에 적용된 RNP 기술에 대한 것이다. 지난해 USPTO가 승인했다가 하루 만에 등록허가통지(NoA) 단계에서 현재 진행 중인 원천특허 저촉 심사를 문제로 승인 통보를 철회한 건은 바로 이 진핵세포에 적용한 RNP 특허 일부였다. 이번 특허는 인체에 국한된 RNP 기술로 이보다 범위가 좁지만 특허 전략의 첫 결과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편 6일 새벽 관련 소식이 국내 시장에 알려지면서 이날 툴젠의 주가는 장 시작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전일 대비 17.96% 오른 7만6200원에 마감했다.
나은경 (eeee@edaily.co.kr)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