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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명절의 중심에 아기가 자리 잡았다. 식탁 위에 올라가는 것도 용인되고 조금만 애교 부려도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어른들 입에 포도 한 알씩 넣어줬을 뿐인데 모두의 추석이 행복한 순간이 됐다. /사진=최우영 기자
여느 때보다 긴 이번 연휴를 앞두고 잠시 긴장했다. 아이가 태어 삼성카드 연체 난 뒤 처음으로 양가를 도는 명절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한 번씩의 추석과 설날이 있었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 잠시 얼굴만 비추고 오는 식이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과 만나는 강행군을 아이가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이런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결혼한 뒤 10여년 동안 명절마다 양가를 합자회사설립요건 다녀왔지만 이번처럼 마음 편하고 즐겁게 다녀오긴 처음이었다. 아이 하나 생겼을 뿐인데 명절의 매 순간이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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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시간의 최우선 고려 사항 '아이 컨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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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게 뽀뽀하는 아이. 사실 뽀뽀라기보다는 '입술 박치기' 수준이지만 그 효과는 굉장하다. /사진=최우영 기자
그동안 개인회생신청 명절 연휴의 시작은 '눈치싸움'이었다. 도로가 언제 얼마나 막힐지 예측해 남들과 다른 시간을 택하는 데서 귀성길과 귀경길의 피로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다행히 양가 모두 많이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매년 카카오내비와 티맵이 추천해주는 '제일 덜 막히는' 시간대를 택했다.
이번 추석의 출발시간을 정하는 최우선 기준은 아이의 정시 지원 기간 컨디션이었다. 우선 낮잠시간과 밥시간을 피해야 했다. 차에서 자거나 우유를 먹으면 평상시보다 활력이 떨어질 게 뻔했다. 날짜 역시 마찬가지 기준으로 정했다. 개천절부터 연휴라지만 추석 전 앓았던 열감기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출발이 가능했다. 일찍 오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휴를 시작한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무척 잘 놀았다. 낮잠을 잘 자고 밥을 먹인 뒤 출발하니 이동하는 중간에도 보채지 않았다. 좋은 기분을 유지한 덕분에 양가 조부모 앞에서 웃으며 춤을 췄다. 아이가 웃으니 다른 가족들도 덩달아 웃음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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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단골 레퍼토리 대신 '아이 이야기'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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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이 식사 당번에서 잠시나마 해방된다는 것이다. /사진=최우영 기자
주변을 둘러보면 명절을 기피하는 이들이 꽤나 있다.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의 대화 주제가 주로 '사적 영역의 침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리라. 가족들 간 비교 평가 같은 것들도 명절 갈등의 단골 레퍼토리다. 때로는 해묵은 불화가 명절을 맞이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가족들 사이에 어린아이가 등장하면 공기가 바뀐다. 모두의 눈은 아이 몸짓을 따라간다. 대화가 좀 어색하던 사이에서도 아이를 메신저 삼아서 보다 편하게 소통하게 된다. 아이가 밥 잘 먹고 방긋방긋 웃기만 해도 다 같이 박수를 쳐준다. 어른들끼리도 서로 어릴 때 어떻게 컸는지, 서로를 어떻게 키웠는지 이야기한다.
TV 틀어놓고 연예인들 보며 대화를 나누는 풍경도 사라졌다. 포도 한 송이 가져와서 아이 앞에 놓으면 그 어떤 예능프로그램보다 더 효과가 좋다. 아이가 어른들마다 돌아가며 입에 포도를 넣어주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공공장소와 달리 집안에선 아이가 소리를 질러도 다들 예뻐해 준다.
술도 안 먹게 된다. 어른들보다 일찍 잠드는 아이 때문에 일찍 자리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술 안 먹고 뺀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모든 판단의 중심에 아이가 있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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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러운 시댁과 처가? 아이 봐줄 사람 많으니 '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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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가능한 '할머니 어부바' 찬스. 아기는 할머니 등이 보이면 언제든 달려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무리 결혼을 하고 가족이 된다 하더라도 배우자의 부모님은 언제나 좀 어렵다. 아이를 낳기 전엔 명절에 양가에서 자고 온다는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런 부담은 때로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됐다.
지금은 웬만해선 시댁이든 처가든 자고 오려고 한다. 아이 컨디션만 허락해준다면 말이다. 기본적으로 아이에 대한 애정이 가득 찬 조부모가 항시 대기 중인 곳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자 손녀에 대해 항상 관대하다. 도통 화를 내지 않는다. 평상시 부모가 혼낼만한 일도 "아이가 숨 쉴 구멍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감싸준다.
여기에 더해 명절에는 삼촌, 이모, 사촌 형제들까지 총출동한다. 누가 아이 30분만 대신 봐줘도 감지덕지한데 명절에는 거의 하루 종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육아 경험자도 많을뿐더러 초등학생·중학생 조카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된다.
그동안의 명절이 매년 맞이하는 '의무 방어전' 느낌이었다면 앞으로의 명절은 매년 단 두 번 허락되는 '육아 해방'이 될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 속담이 확 와닿는다. 매일매일 명절만 같았으면 좋겠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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