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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회복'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 같은 시각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한국은 모범적 동맹(model ally)"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두 발언은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계산이 깔려있다. '자주국방'이라는 말의 무게와 시간표는 과연 누가, 어떻게 조율하고 있을까. 
한국이 전작권을 미국에 넘긴 건 1950년, 전쟁의 한복판 때였다. 이후 70년이 넘게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미군의 승인 아래에 있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환수 학술연구용역 원가계산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일정은 늘 연기됐다. 조건은 까다로웠고, 평가 기준은 미국이 늘 쥐고 있었다.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한국의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를 검증해 왔던 한미는, 2025년 현재, 내년까지 FOC 검증을 마치고 3단계 전환의 마지막 문턱으로 넘어가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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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국빈 방문 선물인 천마총 금관 모형 앞을 함께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전작권 전환 2단계 종료 시점 명문화
문제는 ' 직장인밴드 조기 회복'이 곧 '완전한 자율'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지휘권의 명목상 전환과 실질적 작전 결정의 주도권은 다른 문제다. 전작권 환수가 '국가 주권 회복'으로 불릴 만큼의 실질적 권한 이전이 가능할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북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고, 우리는 역내 비상 예금은행의기능 사태 대응의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의 계산은 분명하다. 한국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대중(對中) 견제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다는 속내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미국이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전작권 전환이 '한국의 자율성 확대'가 직장인전세대출 아니라 '미국의 부담 경감'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연한 동맹'이란 말은, 한쪽이 유연해질 때 다른 쪽이 더 많은 책임을 짊어지는 구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서 내년까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그 '검증'의 주체다. FOC 평가 항목 대부분이 미군의 기준과 장비체계에 기반하고 있어 한국군의 지휘·정보체계가 미국의 표준을 얼마나 충족하느냐가 핵심 평가 지표로 간주된다. 국방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 동맹 내 권력 구조 재편의 문제"라며 "한국이 실제로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미군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시켜야 하지만, 미국은 그 선을 쉽게 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의 '자주국방'은 여전히 조건부 자율성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
이번 SCM의 부속 논의 중 하나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원잠) 도입이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약속을 신중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부적 진행방식 즉, 한국의 독자 건조냐, 미국 내 조선소 건조냐 등은 아직 모호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기술 주권이지만, 미국이 구상하는 것은 관리 가능한 동맹국의 기술 발전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 해군 군함을 한국 조선소에서 정비하기로 한 합의도 발표됐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소식이지만 실상은 미국 군수체계의 일부로 편입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이를 "군사협력의 산업화"라고 표현했다.
'동맹 현대화(Alliance Modernization)'는 이번 SCM 공동성명의 핵심 문구였다. 이번 SCM의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이 군사·정책적 자율성을 공식 의제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은 중요한 진전이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은 미국이 요구하는 부담 분담의 일환이지만, 자율성의 근거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내 회복" 발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동맹에 갇히지 않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양국의 다른 계산법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불거진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논란에서도 드러났다. 양국이 합의한 문서의 공개가 '문안 조율'을 이유로 당초 발표하려던 일정(11월4일)에서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팩트시트는 안보 협력뿐 아니라 관세·투자·공급망 문제를 포괄하는 경제안보 문서로, 사실상 한미 동맹의 향후 구조를 규정할 핵심 변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11월4일 서울 국방부 연병장에서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열린 의장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국방비 GDP 3.5%로 증액"
조인트 팩트시트의 민감한 조항 중 하나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한국의 국방비 증액 간 연동 구조다. 한국은 이미 "GDP 대비 3.5% 수준으로 국방비를 상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미국은 이에 '무역·산업 보상 메커니즘'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의 안보 연계 문서 안에 관세 조정과 투자 보증이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틀 속에 경제 구조까지 안보 시스템에 편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양국 간 이견이 있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은 자국 내 제조업 보호를 위해 철강·배터리 등 특정 품목의 관세 유예 기간을 조건부로 연장하려 하고, 한국은 K 방산·조선·배터리 산업에 대한 예외 조항 명문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부문에서 한국은 시장 접근성·관세 완화를, 미국은 공급망 안정과 군사적 분담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다. 결국 한미가 '같은 문서'를 바라보면서도, 한국은 경제 협력의 틀로, 미국은 전략적 관리 수단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동맹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의 방향을 누가 정의할 것인가. 전작권과 팩트시트, 두 문서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관세와 안보, 산업과 외교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미 동맹은 또 한번 '리셋'의 문턱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