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과학자들이 비둘기 내이의 유모세포가 자기장 변화에 따라 전기신호를 발생해 뇌로 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Pixabay


겨울이면 전국의 호수와 강마다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가득하다. 새들은 수천㎞ 거리를 비행하면서 어떻게 방향을 정확히 잡을까. 독일 과학자들이 새의 귀에서 나침반을 새로 찾았다. 그동안 망막이나 부리에 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귀로도 방향을 듣는 셈이다.
데이비드 키이스(David Keays) 독일 뮌헨대(LMU) 교수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비둘기가 내이(內耳)에서 자기장을 감지해 릴게임추천 뇌로 전기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연구진은 단일 세포의 리보핵산(RNA) 해독과 뇌 신호 경로 추적을 통해 비둘기 실험 결과를 입증했다.
그동안 철새나 거북, 송어 등 다양한 동물들이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감지해 방향을 잡는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작용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스웨덴 룬드대의 에릭 워런트(Eric Warrant) 교수는 “감각생물학의 궁극적 성배는 자기 감각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동물에서 자기장 처리에 관여하는 신경 경로를 가장 명확하게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내이의 유모세포가 나침반 역할
내이에는 동물이 이동하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하는 전정기관이 있다 신천지릴게임 . 서로 직각을 이룬 반고리관 3개와 난형낭, 구형낭으로 구성된 전정기관은 젤라틴 같은 림프액으로 채워져 있다. 몸이 움직이면 림프액에 따라 유모세포도 흔들리면서 전기신호가 생겨 뇌로 전달된다.
1882년 프랑스의 동물학자 카미유 비귀에(Camille Viguier)는 자기장이 내이의 액체에서 미세한 전류를 유도해 나침반 바늘처럼 방향을 릴게임황금성 알려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당시에는 어떤 동물도 자기장을 감지한다고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 연구진은 143년 만에 비귀에의 이론을 입증했다.



그래픽=손민균


연구진은 수백㎞ 떨어진 곳에서도 집을 정확히 찾아오는 경주용 야마토게임다운로드 비둘기로 실험했다. 먼저 비둘기 6마리를 지구보다 강한 자기장에 1시간 넘게 노출했다. 새들의 머리는 고정된 상태에서 자기장 방향을 계속 바꿨다.
다음은 안락사시킨 비둘기의 뇌를 투명하게 하고 자기장 신호가 어떤 경로로 전달되는지 확인했다. 뇌에서 지방을 없애고 대부분 물로 이뤄진 묵 형태의 하이드로겔을 채우면 투명해져 유전물질과 단백질을 볼 수 있다.
연구진은 뇌에 최근 유전자 활동이 있었던 신경세포와 반응하는 항체를 주입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내이에서 온 정보를 받는 뇌 영역이 자기장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이가 자기장 정보를 뇌로 보낸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비둘기 세 마리의 내이에 있는 유모(有毛)세포를 분석했다. RNA를 해독한 결과 유모세포에서 전자기 변화에 민감한 단백질이 많이 나왔다.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정보는 RNA로 복사돼 단백질 합성에 쓰인다. RNA를 해독하면 단백질이 얼마나 생기는지 알 수 있다.



비둘기 망막에서 MagR 단백질이 크립토크롬과 결합해 원통 구조를 이루는데, 나침반 바늘처럼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Nature Materials


◇눈 망막과 부리도 나침반 가능
나침반 바늘은 지구에서 나오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서 남·북극을 가리킨다. 이 방향을 보고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생체 나침반으로는 두 가지 후보가 경합했다. 먼저 과학자들은 비둘기 부리 윗부분에서 철분이 함유된 세포를 발견했다. 철분이 마치 나침반 바늘처럼 지구 자기장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둘째 후보는 철새의 망막에서 발견된 크립토크롬(cryptochrome) 단백질이다. 철새는 해가 질 녘에 지구 자기장을 파악해 길을 잡는데, 이 단백질은 이때 햇빛에 많이 포함된 청색광에 주로 반응한다.
둘이 같이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은 2016년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초파리에서 철분과 크립토크롬에 모두 결합하는 MagR 단백질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비둘기, 거북 등 장거리 이동하는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에게서도 이 단백질이 발견됐다. 비둘기 망막에서 MagR은 크립토크롬과 결합해 원통 구조를 이루는데, 나침반 바늘처럼 원통이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진은 2018년 상어와 가오리에서 자기장을 감지하는 단백질을 밝혀냈다. 신경세포는 신경신호인 전류 변화에 민감한 단백질을 발현하는데, 일부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10개 추가되면서 자기장 변화가 유도한 전류를 감지했다.
키이스 교수 연구진은 이듬해 비둘기 유전자에서 같은 형태의 변이를 찾아냈다. 이번에는 그런 변이 단백질이 내이에 많고 여기서 자기장 변화에 따라 발생한 전기신호가 뇌로 이동되는 경로까지 확인했다. 키이스 교수는 어둠 속에서 비둘기를 자기장에 노출하는 실험을 통해 뇌가 자기장 정보를 수신하는 데 빛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가 망막이나 부리에 나침반이 없다고 확증한 것은 아니다. 키이스 교수도 동물은 자기 감지 기관을 하나 이상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의 신경생물학자인 울리히 뮐러(Ulrich Müller)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키이스 모델의 핵심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제거하고 자기장 감지 능력이 사라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ea6425
Current Biology(2019), DOI: https://doi.org/10.1016/j.cub.2019.09.048
Nature Materials(2016), DOI: https://doi.org/10.1038/nmat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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