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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의 대학은 단순히 학위를 주는 기관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를 설계하고 성장시키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각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그 속에서 ‘학생의 삶·경험·진로’를 함께 설계하는 철학을 담아야한다. 대학 국제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많은 대학이 자연스럽게 외국인 유학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지금의 국제화는 그 본래의 의미를 잃고 ‘숫자 경쟁’으로 전락하고 있다.
숫자로 환원된 국제화
2004년 ‘Study Korea 프로젝트’ 이후, 한국 대학들은 ‘국제화’라는 이름 아래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매진해 왔다. QS 세계대학평가 급여조건 , THE 세계대학평가 등 주요 글로벌 대학 평가에서 외국인 학생 비율이 지표로 반영되고, 국내 언론사 평가에서도 유사한 기준이 적용되었다.
그 결과, 대학들은 국제화의 핵심을 ‘외국인 학생 수의 증가’로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학들에게 일종의 명분이 되었다. 결국 성과를 평가받는 가장 쉬운 기준이 “몇 명을 모집 여유자금굴리기 했는가”가 되면서, 국제화는 단순한 충원 수단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하지만 진짜 국제화는 숫자가 아니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학업 여정과 성장 과정에 달려 있다. 숫자는 늘었지만, 학생의 경험과 삶의 질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 현실이다.
양적 확대의 부작용
숫자만 늘린 국제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유학생 근로자주택전세자금대출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많은 대학이 입학 문턱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한국어 능력이나 학업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들도 쉽게 입학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대학으로 번져 ‘문턱 낮추기 경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학업 부적응과 중도 탈락이 증가했고, 이는 대학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더욱이 한국 유학을 경험한 학 제2금융 금리 생이 실망스러운 기억을 안고 귀국할 경우, 그들의 부정적 구전(口傳)은 한국 유학의 전체 이미지를 훼손하며, 차세대 유학생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단지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경로를 흔드는 생애설계 실패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유학은 새로운 나라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도전의 과정이다. 그런데 대학이 이를 단 계약직 1년 지 ‘충원 숫자’로만 본다면, 학생은 ‘통계 속의 이름 없는 실패자’로 남게 된다.
기존 국제화 모델의 한계
대부분의 대학은 일정 수준(토픽 3~4급)의 한국어 교육을 마친 뒤 내국인 학생과 동일하게 전공 수업을 듣게 하는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유학생 입장에서, 한국어와 전공을 동시에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다. 내국인 학생들 또한 언어 장벽으로 인해 외국인 학생과의 협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조별 과제나 토론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외국인 학생도, 내국인 학생도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국제화 모델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의 수요에 맞춘 전공 과정을 먼저 개설하고, 외국인 학생을 안정적으로 모집한 뒤 내국인 학생을 참여시키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이 경우 수업이 자연스럽게 다문화·다언어 환경으로 활성화되며, 외국인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생애설계 관점의 국제화는 더 이상 ‘입학 중심’이 아니라 ‘학생의 생애주기단계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즉, 입학 이전의 언어·문화 적응 설계, 학업 중의 진로탐색과 협업 경험 설계, 졸업 이후의 경력·취업·글로벌 네트워크 설계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단계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외국인 학생뿐 아니라 내국인 학생에게도 새로운 생애경로를 열어 준다. 유학생과의 협업·교류를 통해 내국인 학생은 자연스럽게 국제적 감각, 문화지능(CQ), 협업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유학생은 ‘손님’이 아닌 대학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주체적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내국인 학생은 유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 시야를 넓힐 수 있다.
질적 지표를 강화해야
이제 국제화의 성과 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단기적 충원 수치가 아니라 ▲학업 지속률 ▲졸업률 ▲졸업 후 진로 ▲학생 만족도 등 질적 지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평가기관이 이러한 지표를 제도화한다면, 대학도 눈앞의 숫자가 아니라 장기적 신뢰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국제화는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경주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경험하는 교육의 여정이며, 동시에 대학의 글로벌 브랜드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진정한 국제화의 출발점은 “얼마나 많이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충실히 다녔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신하균 한국생애설계협회 이사, 동덕여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