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벨렝에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알리는 광고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10∼21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김성환 장관을 수석대표(교체 수석대표 정기용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COP30에 참석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총회는 2015년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에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현 재는 두 번째로 많은 양을 배출하는 미국이 사실상 불참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전선'에 균열이 난 상황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의장국인 브라질은 '다자주의 강화'와 '행동'을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안드레 아란하 코헤아 도 라고 COP30 의장은 지난달 공개서한에서 "COP30은 (기후변화) 적응 의 총회가 돼야 한다"면서 "우선적인 의제는 다자주의 강화, 기후 체제(regime)와 일상의 연결, 기후변화 대책 이행 가속화"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급 인사 약 60명이 COP30에 참석할 예정이다. 작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 참석한 정상급 인사가 100명 정도였으니 40% 줄어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은 COP30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표단을 아예 보내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EU가 '미 국이 아예 불참하는 경우', '대표단을 보내 합의를 불발시키려는 경우', '외곽에서 기후정책에 대해 비난하는 경우'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지는 않지만,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보냈다.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 영역에서 미국 빈자리를 채우며 영향력을 확 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OP30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될 사항은 기후재원 조성 계획이다.
지난 COP29에서는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선진국이 주도해 마련하는 연간 3천억달러(약 433조5천억원)를 포함, 2035년까지 연간 1조3천억달러(약 1천878조5천억원)의 재원을 확보하자는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가 합의됐다.
이에 브라질은 COP30을 앞두고 이전 COP를 개최한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NCQG를 달성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바쿠 투 벨렝 로드맵'을 내놓고 COP30에서 이를 논의하자는 계획을 밝혔다. 연간 1조3천억달러 기후재원 조성 '공약'을 '계획'으로 바꾸는 것이 이 로드맵의 핵심이다.
브라질은 아마존과 같은 열대우림을 보전하기 위한 열대우림보전기금(TFFF) 조성도 추진한다.
1천250억달러(약 180조6천250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TFFF에 프랑스·독일·영국·노르웨이·벨기에 등 유럽국들과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COP30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브라질은 COP30에 참석하는 각국 인사들이 온실가스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아마존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아마존 열대우림 경계의 벨렝을 개최지로 정했다.
다만 벨렝은 250만명 인구 대부분이 슬럼가에 살 정도로 번화하진 않은 도시여서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회 참석자들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의 참여가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있다.
또 총회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해치고 도로를 냈다는 비판도 제기되며 최근 브라질이 아마존강 인근 석유 시추를 허용한 점을 두고는 브라질이 기후변화 대응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OP30에서는 각국이 발표한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도 논의될 전망이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5년마다 10년 단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이에 연내 2035 NDC를 내야 하는데 COP30이 사실상 마감 시한이다.
각국의 새 NDC가 기후위기 대응에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만큼,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9월까지 제출된 60개국 2035 NDC를 분석해 작성한 '배출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5)에서 각국이 2035 NDC를 완전히 이행해도 이번 세기 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3∼2.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보고서보다 예상 온도 상승 폭이 다소 감소했지만,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도록 노력한다는 파리협정 목표에 여전히 못 미친다.
UNEP는 보고서 제목을 '빗나감'(Off target)이라고 정했다.
한국도 COP30에서 2035 NDC를 공표할 예정이다.
후보는 2035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50∼60% 감축' 또는 53∼60% 감축'인데 어느 쪽이든 한국이 져야 하는 책임이나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된다. 산업계는 달성하기 어려운 부담스러운 목표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COP30에서는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해 전 지구적 이행 현황을 점검할 수 있는 지표 마련, 2023년 실시된 전 지구적 이행 점검(GST) 결과 이행 방안과 2028년 예정된 2차 GST 절차, 정의로운 전환 등 총 90여개 의제가 다뤄진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스위스·멕시코·모나코·리히텐슈타인·조지아 등과 구성한 '환경건전성그룹'(EIG) 및 주요국과 공조해 '글로벌 무치랑'(Global Mutirao) 정신을 토대로 협상의 진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무치랑은 브라질 토착어로 '공동 협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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