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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를 모리스문영원 한국비혼여성연합 대표가 지난 25일 한겨레와 제1회 비혼페어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비혼은 결핍이 아닌 하나의 생활문화입니다.”
오는 11월1일 비혼에 관심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각종 강연·마켓·공연 등을 제공하는 ‘제1회 비혼페어’가 열린다. 비혼페어추진위원회(추진위)를 이끌고 있는 문영원(24) 한국비혼여성연합(한비연) 대표를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문 대표는 “비혼페어는 ‘웨딩페어’(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소개하는 행사)에서 착안한 기획”이라며 “결혼이 필수인 시대가 저물고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릴게임황금성오션바다
현실이 반영된 행사”라고 말했다.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 비중이 2008년 68%에서 2024년 52.5%로 줄었다. 특히 결혼이 필수라는 여성 응답(46.8%)은 남성(58.3%)보다 10%포인트 이상 적었다. 19~34살 청년층의 인식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이 2012년 인터넷야마토
56.5%에서 10년 뒤인 2022년 36.4%로 20%포인트 이상 줄었다. 청년 여성(28.0%)이 남성(43.8%)보다 결혼을 긍정하는 비율이 낮았다. 같은 기간 비혼 동거에 동의하는 청년 전체 응답은 2012년 61.8%에서 2022년 80.9%로 껑충 뛰었다.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성애 법률혼 바깥에서 모색하는 이들이 늘었다는릴게임환수율
뜻이다.
문 대표가 생각하는 ‘비혼’의 의미도 “정상가족주의와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선택”이다. 이성애 남성과 여성이 행정 관청에 혼인 신고하고 사는 선택 이외의 삶의 형태를 ‘비혼’이란 말로 부른다고 했다. “인권이나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페미니즘 리부트(대중화) 흐름이 이어지던 2018년께증권사이트
자신을 비혼여성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다. 남자인 친구들이 여성의 머리 길이만으로 페미니스트 여부를 ‘감별’하고 “(페미니스트면) 폭행당해도 싸다”고 ‘적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어 “직접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탈코’(탈코르셋의 준말로, 여성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외모 규범에 저항하는 운동)에도 참여해보”면서다.
2019년에는 ‘비코스닥검색
혼여성공동체 위드(WITH)’에도 합류해, 2024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비혼여성 페미니스트 정체화) 전에도 사실 결혼을 안 하고 싶단 생각은 했다. 근데 그때는 그냥 나 혼자 행복하게 잘 먹고 잘살면 되겠지 정도로 가벼운 생각이었다면, 이후에는 내가 비혼을 선택할 거고 다른 여성들과 함께 하는 비혼여성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여성의날(3월8일)에 맞춰 출범한 한비연도 전국 곳곳의 청년·비혼여성 페미니스트 모임을 연결해보자는 문 대표의 제안에서 비롯했다. 각 대학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비혼여성공동체, 스포츠·오컬트 등 취미모임 등 17개 단체가 뭉쳤다. 한비연은 “생존권·경제노동권·정치참여권을 비롯한 여성 인권 전반의 향상을 도모하며, 성차별과 성범죄 없는 평등한 사회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비혼페어는 한비연의 후원으로 발족한 추진위가 기획·주관하고 있다.
문 대표는 “올해 초 한비연 출범 당시부터 ‘비혼을 선택한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함께 나눴다”고 했다. 온라인 반응도 뜨거웠다.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한비연이 엑스(옛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에서 ‘제1회 비혼페어 사전 수요조사’를 했을 때 조사 참여자는 총 1126명이었고, 이 가운데 830명(73.7%)이 행사에 바라는 점 등 주관식 응답을 남겼다. 문 대표는 인상 깊은 응답으로 “결혼이 더 나은 선택지처럼 여겨지는 현실에서 비혼도 당당히 목소리를 낼 때가 왔다”, “이런 행사가 생길 거라 상상도 못 했어요. 열리기만 하면 꼭 가고 싶어요”, “‘혼자라 외로운 게 아니라 좋다’는 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라니 벅차고 행복하다” 등을 꼽았다. 그는 “설문조사 폼을 (온라인에) 올린 뒤 질문이 구구절절 많아서 응답이 적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고 이런 행사를 기다려온 여성들이 많았음을 체감했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자들을 잔~뜩 보고 싶다, 그런 여자들이 잔뜩 모인 곳에 나도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반영해, 서울 성수동의 3층짜리 공간(약 400평)을 통으로 빌렸다. 1~2층에는 총 66개 기업·단체 등의 체험·굿즈 판매 부스를 마련하고, 3층에선 강연·공연을 진행한다. 페어 프로그램에는 ‘비혼여성 페미니스트로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담겼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자활센터 해봄, 여성 청년 커뮤니티 여글여글, 반려동물문화사업단 늘품, ‘밝고 명랑한 레즈비언 문화를 만들어가는 오리집’의 김한장 등 비혼여성의 삶과 닿아있는 다양한 단체·기업·창작자들이 부스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새롬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 이경하 변호사(이경하 법률사무소), 적정 생활경제코치, 두소장 두드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가 각각 건강, 여성폭력, 생활경제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문 대표는 “비혼은 혼자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며 “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이자 실용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비혼페어 포스터. 한국비혼여성연합 제공


결혼과 출산은 별개지만, 비혼여성들은 특히 ‘저출산의 주범’으로 몰리는 등 여러 편견에 시달린다. 비혼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괴짜 취급”을 받기도 한다. 문 대표는 “‘비혼’이라는 말 자체에서 어떤 벽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비혼을 이미 선언한 사람 외에, 비혼에 관심은 있는데 내가 가도 되는 사람인가 아닌가? 고민되는 분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추진위는 청년층에 익숙한 ‘방탈출 카페’를 떠올린 뒤 ‘조화’라는 명분으로 다양성을 짓밟는 거대 조직에 맞서는 비밀요원 스토리를 페어 컨셉으로 잡았다.
한비연은 이번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비혼페어를 개최하고자 계획 중이다. 문 대표는 “참가자들이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연대감을 느끼고 내년 페어 참여를 기약하며 ‘1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1년씩 살아가다 보면, 삶이 다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공영방송사에서 ‘비혼 페미니즘’을 주제로 비혼페어, 한비연 등을 취재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에도 페어를) 수출하고 싶다”며 웃었다. 비혼페어에는 비혼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비혼에 관심 있는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표 예매는 텀블벅(https://tumblbug.com/bfair2025/story)에서 할 수 있으며,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