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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 영화 '노이즈' 포스터와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지금 극장가엔 눈여겨 비교해볼 만한 영화 두 편이 있다. 한 달이 넘는 동안 박스오피스를 굳건히 지키며 예상 밖 흥행에 성공한 중저예산 공포영화 '노이즈'의 성공 사례가 있는가 하면, 슈퍼IP로 불리는 동명의 유명 웹소설을 영화화한 판타지 대작으로 기대를 모으고도 개봉 첫 주말(7월26~27일)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아 든 '전지적 독자 시점'의 경우가 공존한다.

'노이즈'는 우리은행 신용대출 층간소음과 초자연적 공포를 한 데 엮은 흔치 않은 기획력이 힘을 발휘한 작품이다. 지독한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여동생이 돌연 실종되자 청각 장애를 지닌 언니 '주영'(이선빈)이 사건의 전말을 추적한다는 전개다. 자칫 소음 유발자와 피해자 사이의 극단적 갈등이나 범죄를 다룬 스릴러를 떠올리기 쉽지만, 영화는 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공포영화의 화법 안에서 다루며 자동차할부 전에 느껴본 적 없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주인공이 주민 간 불화를 야기하는 소음의 근원을 쫓을수록 해결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점차 확장되는 식이다. 소재와 장르, 등장인물을 쫀쫀하게 엮은 구성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관객의 집중력을 꽉 잡아두고, 끝내 해소되지 않는 의문은 자연히 관객의 해석 영역으로 편입된다.
산업 소비자물가상승률 관점에서 보면 '노이즈'가 37억 원이라는 비교적 크지 않은 제작비로 4배가 넘는 16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고도의 효율을 보여줬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관객 입소문으로 당초 손익분기점이던 100만 관객을 넘어 160만 명을 동원한 덕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야당'(1위), '히트맨2'(2위), '하얼빈' 씨티은행 새희망홀씨 (3위), '승부'(4위), '하이파이브'(5위), '검은 수녀들'(6위)이 스타 캐스팅 혹은 유명 감독의 작품이라는 마케팅 상의 이점을 누린 점을 고려하면, 김수진이라는 신예 감독과 이선빈, 김민석 등 신진 배우에 속하는 이들의 협업으로 완성된 '노이즈'가 거둔 성과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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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이즈' 스틸컷



반면 지난 23일 개봉해 첫 주말을 맞은 신작 '전지적 독자 시점'이 받아 든 성적표는 다소 냉담하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 제작사가 유명 웹소설의 IP를 활용해 만든 특수효과 기반 판타지 영화로, 3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의 기대를 크게 모았다. 영화는 때마침 극장가에 대대적인 할인쿠폰이 배포된 시점에 개봉하는 특수까지 누렸는데, 정작 첫 주말 누적 관객 수는 60만 명에 그쳤다.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 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제적으로 작품을 관람한 이들로부터 야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입소문을 통한 후반 관객몰이도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아쉬운 평가를 받은 데에는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유가 주효할 것이다. 멸망해 버린 세계에서 괴수와 싸워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설 속 내용이 현실이 됐다는 설정, 그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조용한 주인공 '독자'(안효섭)가 전투 전면에 나서 스테이지를 차례로 격파한다는 구성은 이미 원작 웹소설을 통해 충분히 전파된 것이다. 영화가 무기로 내세운 건 그 장면을 특수효과를 이용해 영상화했다는 점일 텐데, 수준급 영상기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블 영화마저 관객의 피로감으로 퇴조에 접어든 현실을 감안하면 '전지적 독자 시점'이 준비한 볼거리는 관객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지 못한 감이 크다. 주인공이 단계별로 무리 없이 시나리오를 깨나갈 거라는 예측이 고스란히 맞아떨어지는 병렬적 구성이 작품을 한층 평이하게 만든 건 물론이다. 범작 앞에서 속출한 원작 팬덤의 불만도 작품엔 악재가 됐다.



▲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컷



희비가 엇갈린 듯한 두 작품에서 우리 영화계가 건져내야 할 맥락은 분명하다. 영화가 매력을 잃은 시대에도 관객을 여전히 설득할 수 있다면, 그건 돈을 많이 들이거나 유명한 원작을 둔 작품이 아니라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 작품만의 고유한 색채와 개성을 느껴볼 기회가 있는 '뻔하지 않은 영화'일 것이라는 점이다. 체급이나 이름값보단 내실이 훨씬 중요하단 얘기다. '전지적 독자 시점'과 함께 여름 시장을 겨냥해 개봉하는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7월30일)과 윤아 주연의 '악마가 이사왔다'(8월13일)의 성패도 결국 이 지점에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