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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설령 평화로운 천국에 있더라도, 우리는 이 바쁘고 소란스러운 삶이 그리워질 수도 있다. 자, 이제 그러면 내가 느끼는 한국과 영국의 ‘퇴근문화’에 대해 나누고 싶다. <기자말>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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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영국의 국기


ⓒ 김성수




어느덧 35년째 영국에서 살며 두 문화 사이반도체관련주
를 오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퇴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퇴근이 전설이 된 나라, 한국이다.

지난 1990년 영국에 처음 왔을 때 받은 문화충격 중 하나다. 다니던 대학교의 학과장이 열심히 일하는데 학과장 비서가 "퇴근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오후 5시에 당당하게 '칼TREX펀더멘탈200 주식
퇴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모습이 너무 이상했다. "저 비서가 간이 부었나?"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학과장이 다정하게 'Bye, see you tomorrow(잘 가세요. 내일 봐요)'하는 것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당당한 비서와 다정한 학과장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최신게임
. 지금은 물론 나도 '칼 퇴근'을 당연하게 여긴다. 영국에서 "퇴근합니다"는 이렇게 단순한 하루 일과의 끝을 동료나 상관에게 알리는 인사말이자 신호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 말은 용기 있는 자 아니면 간이 부은자 만이 외칠 수 있는 신화 속 대사처럼 느껴진다. 상사의 한마디, 단톡방의 업무지시, 회식이라는 명목의 연장근무까지… 진짜 퇴근까지 가는 길에는 수많은 관문과, 군대시절 지옥 같은 유격훈련처럼, 엄청난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나는 지난번 한국을 다녀오며 새삼스러운 충격을 받았다. 밤 10시가 넘은 광화문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불빛들, 야식을 시켜 먹으며 "내일도 야근 확정"이라는 농담을 나누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내가 한국을 떠나던 1990년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영국은 어떻게 퇴근 하냐고?
영국은 전혀 다르다. 오후 5시만 되면 사무실은 거의 텅 빈다. 관광지를 제외한 보통 시내 있는 상점도 다 칼같이 문을 닫아서 북한산 중턱에 있는 절처럼 조용하고 잠잠하다. 남아 있는 사람은 회의실 예약을 잘못 잡은 사람이나 청소팀, 혹은 길을 잃고 갈 곳 몰라 헤매는 관광객 뿐이다.
야근은 무능력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개인시간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영국에서, '일은 일이고, 삶은 삶'이라는 칼 같은 분리가 분명하다. 저녁이면 직장인들은 집으로 돌아가 운동을 하고, 가족과 식사를 나누고, 펍(선술집)에서 친구들(직장 동료 말고)과 맥주 한 잔을 기울이거나 그림 그리기 동호회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한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 동네에서 아마추어 화가들이 동호회 모임에서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 그림전시회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아마추어 화가 한분에게 물었다. "이 수많은 그림들을 언제 그렸나요?" "매주 수요일 저녁 퇴근 후 그림동호회 친구들과 만나 지난 몇 달간 그린 겁니다. 한국에도 이런 동호회가 있나요?"라고 내게 물었다. 그때 나는 그냥 "잘 모르겠는데요."하고 얼버무렸다.
특히 '티타임'과 '뱅크 홀리데이(휴일)'는 내가 영국문화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를 깨닫게 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어김없이 면도날처럼 찾아오는 '티타임'은 업무의 흐름조차 멈추게 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이 짧은 여유가 얼마나 큰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지를 몸으로 실감한다. '티타임'은 영국에서 신성불가침의 시간이다. 누가 감히 이 시간에 일하자고 말하면 그는 즉시 사회적 제명을 당한다.
한국의 '일 중심' 문화, 이제는 변할 수 있을까?
한국은 오랫동안 '성과중심', '충성중심' 조직문화를 고수해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것 자체가 미덕이었고, 야근은 충성의 상징이었다. 아직도 한국에서 야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인 것 같다. 직장인들은 에너지 드링크를 수혈 받듯 마시며 "이 밤을 버텨 내자"라고 다짐한다. 그 유명한 회식 문화! 술 한 잔에 팀장님 비위 맞추기, 마지막 한 방울의 소주까지 비우며 "우리 팀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정말 서글프게도 이것이 한국식 '삶의 균형'이다.
하지만 이제는 '노동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즉 '워라밸'이라는 개념이 점차 목소리를 얻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퇴근 후의 삶, 회식 대신 혼밥, 승진보다 휴가나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는 '문화'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눈치'와 관성은 바뀌지 않았다(참 영어에는 '눈치'라는 단어가 없다). 칼 퇴근은 직장인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마치 '죄인'처럼 숨 넘어가는 소리로 쥐 죽은 듯이 상사 눈치를 보며 감히 '퇴근'을 말한다.
김치찌개와 피쉬 앤 칩스는 공존할 수 있다
물론 영국과 한국의 노동문화에는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이 다르다. 영국의 여유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특유의 열정과 단결력, 그리고 위기 대응능력은 세계 어디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김치찌개의 얼큰함과 피쉬 앤 칩스의 담백함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면, 두 나라의 장점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은 바뀌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더 이상 '한강의 기적'만을 외칠 수 없다. OECD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국처럼 '칼퇴'를 당연하게 여기고, 상관 눈치 전혀 보지 않고 휴가를 전부다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삶의 질과 생산성이 공존하는 사회, 퇴근이 '선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되는 문화를 당당히 만들어야 한다. '빨리빨리' 문화가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었듯, '여유와 휴식'을 중시하는 영국 문화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워라밸'은 로또가 아니다, 인간의 당연한 권리다
삶은 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멈추고, 휴식하고, 즐기고, 충전하는 시간이 절대 필요하다. 우리 모두, 더 나은 균형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자. 지난 35년 동안 영국에서 살아오며 내가 가장 부러운 것은 '당당하게 퇴근하는 직장인들' 이었다. 그들은 눈치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말한다.
"퇴근합니다."
우리도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짜 삶은 퇴근 이후에 시작된다. 우리에겐 더 나은 균형, 더 인간적인 노동, 더 많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여러분도 멋지게 외쳐 보자.
"퇴근합니다."
그리고 당당히 일터에서 일어서자. 아름답고 멋진 삶, 행복이 밖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