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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앨런 맥아더 재단은 매년 발생하는 세계 의류 쓰레기가 약 4700만t(2017년 기준)이며 이 가운데 87%가 쓰레기로 처리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의류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재활용될 거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내 중고의류 수출업체들이 동남아·아프리카로 판매한 의류 폐기물은 이미 의류 포화상태에 이른 이들 국가에서 재활용되지 못한 채 모네타 상당 부분 소각·매립돼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겨레21은 국내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에 스마트태그와 지피에스(GPS) 추적기를 달아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기획 취지에 공감한 배우 김석훈, 배우 박진희, 베이시스트 한경록, 방송인 줄리안, 작가 이소연씨가 기부한 의류에도 추적기를 달고, 인터뷰했다.
한 직업군인 계급 때 ‘비정상회담’ 패널로 유명했던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씨는 요즘 환경운동가로 더 유명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성을 알리는 강연을 다니는가 하면, ‘새 옷을 사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동영상을 만들고, 비건 맛집·레시피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기후우울증에 걸린 적도 토익 예상 있으나, ‘개인의 관심이 모이면 기업도 변하고, 따라서 개인의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기후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겨레21의 ‘헌 옷 추적기’ 보도 취지에도 공감해 쓰던 의류를 보내온 줄리안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기획에 기부할 옷을 소개해달라.
내집마련디딤돌대출 “세 벌 준비했다. 아디다스 운동복 하나, 자라 흰색 티셔츠, 등산할 때 입을 수 있는 파타고니아 옷 하나. 잘 부탁드린다.”
—한국에서 의류수거함에 옷을 버리면, 동남아·아프리카 쪽에 수출된 다음 거기에서도 결국 의류 쓰레기산에 매립되거나 소각된다고 한다.
“나도 옛날에 옷을 입다가 사이즈가 안 맞으면 그 옷과 이 자산운용협회 별할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마다 무심코 ‘아 거기(의류수거함) 두면 누군가 또 입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환경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충격이 컸고,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은 좋은 마음으로 기부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개발도상국에) 우리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옷이 보내지기 때문에 감당도 안 될뿐더러, 원래 거기 있던 옷 시장도 다 초토화됐다고 하더라. 원래 아프리카에서 작게나마 의류를 생산했던 분들도 못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내가 무심코 둔 옷이 어디로 가는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 들었을 때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진짜로 이 옷을 누군가 다시 입게 되면 좋겠지만, 왠지 안 그럴 것 같아서. 그래서 이번에 함께하게 됐다.”
—제공해주신 의류들이 어디로 갈 지 예상한다면.
“왠지 어떤 쓰레기 산 위에 그냥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운동하면서 (몸이 커져) 안 맞는 옷이 생겨, 주변에 필요한 친구가 있는지 물어본다. 최대한 수거함에 안 버리려고 한다. 일반 쓰레기봉지에 버리는 거나 의류수거함에 넣는 거나 ‘다 비슷하게 끝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기부한 옷 중에) 한 벌 정도는 누가 입지 않을까?’란 약간의 기대도 하지만 실망할 것 같은 느낌이다.”
2024년 7월17일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씨가 한겨레21 탐사기획에 기부할 옷을 들고 있다. 옷 기부와 인터뷰는 줄리안씨가 서울 용산구에서 운영하는 ‘노노샵’에서 진행했다. 이 가게는 비건 카페이자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한겨레 조윤상 피디
—SNS에 의류 환경문제와 관련해 캠페인 영상도 올리는 등 활동을 하고 있다. 계기가 있었나.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옷을 사는 사람이 진짜 많다는 거다. 어느새 옷이라는 게 거의 일회용이 됐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걸 잘 모르니까 ‘누군가 입겠지’ 생각하는 게 있다고 본다. (방송을 하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내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들어주시기도 해서 이 목소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좀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해서 웃긴 영상도 만든다. 그런데 사람들한테 옷 사지 말라고 해놓고 내가 요즘 (운동으로) 몸이 커져서 옷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서 언행불일치 아닌가 싶다.(웃음) 그치만 진짜 나는 옷을 오래 입는다. 방송을 안 했다면 집에 옷이 정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아빠 때를 생각하면 옷이 열 벌 있으면 많은 거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당연하게 느껴진 거다. 역사적으로 되게 비정상적인 시기라고 본다. 이건 지속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한 벌이라도 옷을 덜 사고, 한 벌이라도 오래 입으면 좋을 거 같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한겨레21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보도는 12월27일부터 2025년 1월2일까지 매일 이어집니다. 한겨레21 통권호(1545호)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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