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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을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5년 10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2019년 조국 사태의 충격파는 컸다. 입시 비리 논란은 대한민국을 둘로 갈라놓았다.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 됐다. 윤석열을 스타로 만들고 정권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조국 수감으로 잦아들던 논란은 광복절 특사로 재점화했다. 조국만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논쟁적 인물도 드물다.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에 복귀한 그는 어떤 생각일까. 먼저 입시 비리에 사과하느냐고 물었다. 말이 길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제 자식처럼 부모 찬스를 가질 수 없었던 청년들에게 특히 죄송합니다.” ‘조 해드림서비스 만대장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내로남불’에 대해서도 “내 언행 탓”이라고 했다. 그는 사면 직후만 해도 “내가 사과한다고 2030 마음이 열리겠나” “자숙은 내 역할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 성 비위 사건 등을 거치면서 생각이 달라진 듯했다. “정치는 변명이 아닌 결과에 책임지는 일이란 걸 알았다”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더 엄격했어야 했 파산조건 는데, 이젠 억울하다는 말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앞으로 조국의 정치로 국민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합당에 선을 그으며 “독자 브랜드의 스타트업으로 뛰겠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을 위해 택했던 ‘민자당과 3당 합당’에 대해서도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대신 포수의 실력을 키워 굴 밖에서 매매대출 호랑이를 잡겠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은 내 언행 탓
-광복절 특사로 정치에 복귀한 소감은.
“성 비위 사건에 대해 해명하기보다는 창당 주역으로서 무겁게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입시 비리에 대해 사과하나.
“부모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식에게 인턴 기회 파워포럼 를 주고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 그런 기회가 없는 청년들께 특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스스로에 대해 훨씬 엄격해야 했는데 잘못했다. 반성하며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
-내로남불에 대해선 뭐라고 얘기할 건가.
“내로남불 비판 역시 그대로 받아들인다. 정치하기 전에 내 언행이 비판의 무이자자동차할부 소지를 제공했다. 앞으로 성찰하면서 조국의 정치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본인과 가족에 대해 관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 비판도 할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대중적 관심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조롱도 감수한다. 다만 내 딸(조민)은 공인도 아닌데 그런 딱지를 붙이는 건 좀 과도하지 않나.”
-여권에선 ‘조국이 가족까지 도륙되고 과도한 징벌을 받았다’고 했는데 아직 억울하다고 느끼나.
“재판을 받기도 전에 검찰과 언론 등에서 사회적 유죄의 낙인을 찍었다. 제 해명이 온전히 수용되지 못한 건 안타깝다. 지금이라면 재판 결과가 좀 달랐을 수 있다는 상상도 해봤다. 하지만 다 과거다. 정치는 해명이 아니라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말 하지 않겠다.”
-사과한다면서 왜 2030 남성이 극우화됐다고 주장하나. 남녀 갈라치기인가.
“전혀 아니다. 20대 남성 전체가 아니라 일부가 극우화됐다고 말한 것이다. 각종 통계나 연구 보고서에 기초한 것이다. 2030 남성 전체가 저를 공격하는 상황이 됐지만 그 조사가 맞다고 생각한다. 극우 성향의 2030 조직도 있다. ‘윤석열 어게인’에 ‘중국인 물러가라’고 외친다. 일부 2030이 이러는 건 사회·경제 현실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이들을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다.”
-광복절 사면에 반대한 국민이 많다.
“그분들께 조국의 새로운 효능감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윤석열 탄핵과 검찰 개혁에 앞장섰지만 이제 그 효능은 다했다. 호남에서 기대감과 동정 여론도 떨어졌다. 앞으로 내란·극우 정치를 타파하고 불평등을 없애는 ‘스리 제로’ 정치를 펼치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수감 생활 8개월여 만에 풀려나는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지난 8월15일 새벽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정치 근육 없지만 매 맞다 맷집 생겨
-과거엔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또 정치를 하는데 사적인 명예 회복 때문인가.
“내가 정치를 안 한다고 했던 것은 정치 근육이 없기 때문이었다. 학자로 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6년간 검찰·언론·정치권에서 무수히 매를 맞다 보니 맷집과 근육이 생겼다. 성찰하면서 한편으론 투지도 커졌다. 처음엔 내 힘으로 윤석열 검찰 정권을 끝장내겠다고 생각했다. 사적 명예 회복의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당내 성 비위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빨리 만났어야 하는데, 사면 후 지역 돌며 인사하다 늦어버렸다. 내 변명이다. 잘못을 인정한다. 피해자들 마음을 살피는 데 소홀했다. 거듭 사과드린다. 늦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 다시 소를 잃을 순 없다. 피해자 측과 계속 소통하고 제도적 조치도 마련 중이다.”
-조국 1인 정당의 한계 아닌가. 혁신당을 어떻게 혁신할 건가.
“1인 정당은 과도하다. 내가 독재자처럼 결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당원 주권과 소통을 대폭 강화하겠다. 그래야 1인 정당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겠나. 나와 가까운 분들이 당직에 복귀하진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합당하자는데 압박을 견딜 수 있나.
“민주당이 대기업이면 우리는 스타트업이고 영세 상인이다. 아직 유니콘이 되진 못했다. 민주당이 덮어놓고 합당하자는 건 부당하다. 대기업을 넘어서긴 힘들지만 독자 브랜드로 경쟁할 것이다. 대기업만 보지 말고 스타트업과 영세 상인도 좀 챙겨 달라.”
민주당 2중대 아니다
-민주당 2중대라고들 한다.
“진보 성향 영세 정당이 항상 받는 질문이지만 2중대 아니다. 혁신당의 길을 가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토지 공개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독자적 정책이 있다. 민주당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조건 합치자고 하나. 정당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
-YS처럼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갈 의향은 없나.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잡는 방법이 있고 호랑이를 굴 밖으로 나오게 해서 잡는 방법이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포수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강이 먼저다. 실력도 없이 굴에 들어가면 뭐 하나. 굴 밖에서 잡으면 된다.”
-어떻게 민심을 얻을 건가.
“호남이든 영남이든 독과점 구조가 되면 반드시 비리나 부조리가 생긴다. 동쪽이든 서쪽이든 (선거에서) 대단한 성과는 내지 못하더라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승산이 있는 곳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고 그걸 토대로 2026년 (총선에서) 승부를 보겠다.”
-호남에서 시도지사나 기초단체장 후보가 있나.
“후보가 되려는 분들과 접촉하고 있다. 출마 의사를 먼저 밝히는 분들이 많다. 영남에도 후보를 내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겠다. 우리 후보가 우위에 있으면 우리로 단일화될 것이다. 나도 당연히 선거에서 역할을 하겠지만 아직 어디로 나갈지는 말하기 힘들다.”
-이재명 대통령과는 어떤 사이인가.
“2014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일 때 내가 정책 자문단이었다. 세월호 단식 농성 때 제가 응원 방문해서 현장 토크도 했다. 사석에서 술도 하고 신뢰 관계가 있다. 가족까지 검찰 수사를 당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도 있다.”
여권, 정청래 아닌 대통령 중심돼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협력자인가 경쟁자인가.
“개혁 정책 추진엔 협력하고 선거에선 경쟁자다.”
-민주당이 교섭단체 요건 완화해 줄까.
“대선 때 약속했는데 안 해주려 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교섭단체 20석’은 유신의 잔재다. 정당 다원주의 위해 완화해야 한다. 정 대표가 약속을 안 지킨다면 매우 유감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4년 9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일부 조사에서 조 위원장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정 대표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이 조국의 역할과 효능에 대해 기대한다는 방증이다. 다만 차기 대선은 아직 까마득하게 남았다. 지지율 자체는 의미가 없다.”
-정 대표에 대해 여의도 대통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당정 갈등이 깊다는데.
“여의도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이재명 정부 초기인데 당정 관계는 대통령 중심으로 원팀이 돼야 한다.”
난 친문 아니다
-친문 대표 주자로 친문을 규합할 생각이 있나.
“내가 왜 친문 주자인가. 문 전 대통령을 모셨고 그분을 존경하지만 친문 정치인은 아니다. 조국은 조국의 정치를 할 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때 검증 책임자였는데.
“결과적으로 검증에 실패했고 아주 후회되는 일이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전체가 윤 총장을 지지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궁금한 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왜 저를 개인적으로 그렇게 미워했는지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왜 탄핵하자고 하나.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은 명백한 대선 개입이다. 판결을 부정할 순 없지만 왜 이런 판결을 했는지 해명을 요구하고 비판할 권리는 있다. 조 원장이 설명을 하든가 사퇴해야 한다.”
-조 위원장처럼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정치인도 드물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할 건가.
“저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 따박따박 반박하는 건 정치인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제가 성과를 내면 반대했던 분들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지금 여야가 대립하며 XY축 정치를 하고 있는데, 불평등 제로를 목표로 Z축 정치를 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청년 주거 안정이 절실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하려다 실패했지만 반값 아파트는 꼭 실현하고 싶다.”
☞조국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 혜광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참여연대 활동을 하면서 사법·검찰 개혁 주장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지만, 2019년 법무 장관에 임명된 직후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조국혁신당 창당으로 재기에 나섰지만 재판에서 징역 2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후 혁신당 비대위원장으로 정치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