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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즐겁지 않은 경험을 책으로 쓴 이유는 기억을 위한 것입니다. 한국도 그렇고 독일도 그렇고 국가가 기억을 위해 많은 사업을 합니다. 저도 기억하면서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만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천쓰홍(陳思宏·49) 작가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 코엑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성들의 사랑을 다루는 ‘동지(동성애) 문학’ 작가다. 소설 ‘귀신들의 땅’ ‘67번째 천산갑’에서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 인정,릴게임골드몽
가족·사회와 갈등 가운데 고뇌하는 남성을 이야기한다.
이들 작품에서 남성 간의 사랑은 자세히 묘사되지 않고 절제되며 죽음, 살인 등 헤어짐과 상처로 끝난다. 이에 대해 천쓰홍은 “나는 구시대에 살았던 성소수자다. 당시 대만에서는 성소수자가 살기엔 굉장히 많은 압력과 족쇄가 있었다. 어렵고 힘들게 살았고 그런 사고방식이 남을 수밖에 없다”오리지날황금성
고 했다. 이어 “구시대 대만에서는 동성애를 공개할 수 없었다. 가족들의 많은 반대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많은 동성애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폭력에 희생된 사람은 귀신으로 상징화된다. 대만에서는 귀신이 중요한 토속 신앙이며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사람과 귀신의 경계가 명확하꽁머니사이트
지 않아 귀신을 소재로 한 문학도 많다. “귀신은 과거에 대한 기억, 죽음, 혼령 등 모든 것을 담은 의미가 있다.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이기도 하다”고 했다.
대만은 과거 한국처럼 남아 선호 사상이 심해 남성에 대한 기대가 높고, 그러다 보니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더 엄격했다. 그는 “과거 대만은 남존여비 사회였황금성게임앱
다. 남성들에 대해선 좀 더 보수적이고 가정의 책임이 강요됐다. 굉장히 힘든 시대였다”고 말했다.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타이베이는 굉장히 자유로워졌지만, 시골에서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만의 성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서다. 그는 “도미노 효과로 유럽주식시장
여러 아시아 국가가 따라갈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대만 융징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보수적인 시골 고향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인 그는 고향에 극장·문학·예술이 없어서 탈출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는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한국과 비슷하다. 굉장히 보수적인 나라”라며 “독일은 굉장히 개방되고, 자유로운 나라다. 1998년 처음 방문했을 때 베를린과 첫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이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여러 나라에서 출판됐으며 한국에서도 두 책이 모두 출간됐다. 총 3만부가 인쇄됐고, ‘귀신들의 땅’은 13쇄까지 찍으며 인기를 얻었다.
천쓰홍은 “올해 봄에 13살밖에 되지 않은 한국 청소년에게 편지를 받았다”며 “이 책을 봐도 되나 걱정했는데, 그 친구가 비밀을 털어놨다. 자기도 동성애자라고 하면서 선생님 책을 보면서 자기도 이제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 책들이 하나의 채널이 돼 ‘바보같은 나도 이렇게 성장을 해서 책을 쓸 수 있고, 출판할 수 있고, 한국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대만에서 새로운 작품 ‘세 자매’를 출판했다. 한국 번역본도 조만간 민음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융징 옆 서터우의 샤오 집성촌에 대한 이야기로, 샤오는 대만어로 ‘미쳤다’라는 뜻도 있다. ‘세 자매’는 미친 세 여자의 이야기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지만,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가했고, 올해 4월에는 관광차 방문했다. 한국을 좋아하는 그는 “공식 일정으로 오면 호텔이나 공항밖에 못 봐서 아쉬웠다”면서 “몰래 와 한복도 입어 보고, 경복궁에도 가고, 남산 서울타워도 올라 가고, 광장시장도 갔더니 굉장히 재밌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천쓰홍은 차기작으로 서울과 관련된 사랑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는 “과거에 한국 남자와 잠깐 연애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할 때 그분을 만났다”면서 “그때 K-드라마의 주제곡이 옆에서 나오는 느낌이었는데, 이런 게 소설의 좋은 소재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 딸이 집에서 ‘귀신들의 땅’을 보고 있어 책을 보니 내 책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그분이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나를) 서울에서 만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 날의 사랑 이야기, 사랑의 기억을 쓸까 생각한다. 사실 제 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쓴 적은 없어서 오글거리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잘 써서 영화화도 되고, 대만 배우 허광한이 남자주인공을 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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